필리핀의 지폐
필리핀에는 동전뿐 아니라 지폐도 있다. 지폐의 종류는 20페소, 50페소, 100페소, 500페소, 1000페소로 대략 페소에 25를 곱하면 우리나라 돈의 가치가 된다. 과거에는 1페소, 5페소, 10페소 지폐도 있었지만, 이후 화폐가지가 낮아진 후 동전으로 대체되었다.
필리핀 지폐(뱅크노트)는 몇 차례의 변화 과정을 거쳤는데, 미군정기, 일본점령기, 그리고 일본 해방 후, 또, 최근 새로운 디자인의 지폐가 만들어지기도 하는 등 4~5차례의 디자인 변화 과정을 거치기도 했다. 특징이라면, 일본 강점기 시절의 지폐에는 별다른 도안이 없고 숫자만 인쇄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미 군정기와 해방 후에는 필리핀의 유명한 인물과 장소에 대한 그림이 지폐에 인쇄되어 있다. 1949~1969년의 지폐는 필리핀 돈 역사에서 유일하게 영어가 쓰여있는 지폐였다. 2017년에 디자인 변경이 있었고, 가장 최근에 1000페소 지폐를 영연방국처럼 플라스틱 재질의 지폐로 교체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필리핀에는 많은 위조 지폐가 돌아다니고 있다. 지폐를 받거나 사용할 때는 위조지폐에 주의해야 하는데, 특히 여행 중 종이의 질감이 이상하거나, 찢어진 지폐를 받았다면 꼭 그 자리에서 변경을 요청해야 한다. 또, 다지인이 바뀌면서 2017년 1월 1일부터 필리핀 지폐 구권은 더 이상 필리핀에서 사용되지 않는다. 이런 사실을 잘 모르는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달러를 환전 시 옛날 지폐를 주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환전 시 꼭 그 자리에서 확인해야만 한다. 혹은 이전 여행 시 환전했던 페소를 사용하지 못해 집에 가지고 있다면 수집용으로 보관하거나 지폐를 수집하시는 분들께 파는 편이 좋다.
필리핀의 지폐 종류
1985년부터, 2017년까지의 지폐에는 5,10 페소의 지폐가 거의 사용되지는 않았지만, 존재했었다. 이후 2018년부터 새로운 지폐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필리핀에서 지폐의 최소 단위는 20페소가 되었다. 현재는 20페소도 동전으로 서서히 교체되어 가고 있는 추세이다. 2017년 이전 디자인에서는 앞면에 필리핀의 위인, 뒷면에 역사적인 장소가 있었다면, 그 이후로는 앞면에 인물과 역사적인 장소 그리고 뒷면에 필리핀의 유명 자연 경관이 추가된 것이 차이점이다.
5페소
5페소의 앞면에는 필리핀 독립 투사이자 정치가, 초대 대통령인 에밀리오 아귀 날도의 사진이 있으며, 뒷면에는 그가 필리핀 독립 선언을 하는 모습이 있다.
10페소
앞면에는 교육자이자 독립투사인 아폴리나리오 마비니와 역시 필리핀의 독립운동가 안드레스 보니파시오의 사진이 있다. 초판 인쇄본에는 마비니의 초상만 있었으나 후에 안드레스 보니파시오의 업적을 기려 사진을 추가하였다. 뒷면에는 필리핀 제1 공화국을 선포한 바라소아인 교회의 모습과 필리핀 독립운동모임 KKK(카티푸난 독립 모임)의 집회 모습이 있다.
20페소
앞면에는 필리핀 2대 대통령인 정치가이자 변호사인 마누엘 퀘존의 모습이 필리핀의 청와대라 할 수 있는 말라카냥 궁과 함께 그려져 있으며, 독립 선언을 하는 모습도 함께 볼 수 있다. 뒷면에는 바나웨 라이스 테라스(마닐라 북부의 바나웨 지역에서 고대로부터 전해져 내려온 계단식 논)의 광경이 있다. 마누엘 퀘존은 스페인계 혼혈인 대통령인데, 움푹 들어간 눈, 서구적인 생김새가 그의 출신을 쉽게 짐작할 수 있게 한다.
50페소
앞면에는 필리핀 4대 대통령 오스메냐, 첫번째 필리핀 의회의 모습, 그리고 레이테 섬 상륙 장면.. 또, 뒷면에는 바탕가스의 따알 호수, 또 필리핀 거대 전갱이 물고기의 사진이 있다. 오스메냐 대통령은 세부지역 출신의 정치인으로 아직도 그의 후손들이 정부 요직에서 정치 활동을 하고 있다. 따알 호수는 화산 활동의 결과로 생겨난 호수로 지금도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자이언트 트래발리, 거대 전갱이는 필리핀 근해에서 잡히는 물고기로 유명하다.
100페소
앞면에는 3대 필리핀 대통령 마누엘 로하스, 과거 스페인 식민지배 시절의 수도였던 인트라무로스 근처의 인텐덴시아 유적(이곳은 과거 필리핀의 국립 은행 등 다양한 관공서가 모여있는 장소였다). 또, 필리핀 제3 공화국 취임식 등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있다. 뒷면에는 거대한 폭발로 유명한 마욘화산과, 세부에서도 유명한 고래상어 투어에서 볼 수 있는 젠틀한 거인이라는 별명의 고래상어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200페소
200페소는 사실 글로리아 마카파갈 전 대통령이 재임하기 전까지는 존재하지 않던 지폐였다. 글로리아 대통령 재임 이후, 자신의 아버지의 여러가지 치적을 기리며 만든 지폐가 바로 200페소 지폐로 그녀의 아버지 디오스다도 대통령은 사실 다른 대통령에 비해 큰 업적을 남긴 것은 없어서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은 지폐이기도 하다. 흔히 비판론자들은 마카파갈 아로요 대통령의 치적은 마닐라 북부 고속도로를 만든 것과 200페소 지폐를 만든 것 단 두 가지뿐이라고 비하하기도 한다.
200페소 지폐의 앞면에는 디오스다도 마카파갈 대통령, 그리고 카윗의 에밀리오 아귀날도 저택, 엣자 혁명, 바라소아인 교회(필리핀 독립 선언문 낭독 장소)등이 있어 다른 지폐에 비해 지폐 인물 도안 등이 좀 일관성이 없고 뒤죽박죽인 느낌이 있다. 뒷면에는 보홀의 초콜릿 힐스와 안경 원숭이(타르시어)가 그려져 있다.
500페소
500페소에는 전 필리핀 대통령 베니그노 아퀴노의 아버지 상원의원 베니그노 주니어와 어머니 코라손 아퀴노의 초상이 있다. 마르코스에 대항해 일으킨 엣자 시민 혁명의 모습과 베니그노 기념관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구 500페소에는 한국 전쟁과 관련된 베니그노 주니어 상원위원의 한국 전쟁 참전 모습과 김대중 대통령이 선물한 타자기 등이 있었으나, 신권 개정 후 이런 사진은 모두 사라졌다. 뒷면에는 팔라완의 지하강, 필리핀 앵무 등의 사진이 있다.
흔히 한국의 중 장년 층들에게는 엣자 시민 혁명이 단순히 독재에 대항해 벌인 민주화 운동이라고 아는 분들이 많은데 필리핀의 역사의 뒤편에서 보자면 아퀴노 가문과 산미구엘의 코후앙코 가문이 미국의 막후 지원을 받아 마르코스 가문과 대립하면서 벌인 전쟁인 측면도 있다고 한다. 더 기막힌 사실은 둘은 먼 친척 관계라는 것. 역사는 승자의 편에서 기록되기 마련인데, 지금에 이르러서는 마르코스 대통령의 아동 봉봉 마르코스가 다시 대통령이 되고 엣자 시민 혁명 당시 현장을 중계했던 방송국 ABS CBN이 폐쇄된 것을 보면 역사는 돌고 돈다고나 할까.
1000페소
1000페소의 도안은 두가지이다. 2017년 디자인과 올해 새로 나온 디자인. 여기에는 세 인물이 등장하는데 필리핀 대법원장이었던 호세 아바드 산토스(과거 대법원장, 대통령 대행 등을 하였으며, 일본의 협력요청을 거부했다), 빈센트 림(육군 준장, 독립 영웅), 필리핀 여성 참정권의 어머니 조세파 에스코다의 사진이 있으며, 필리핀 최고 민간 훈장 라카둘라와 필리핀 독립 100주년 기념행사의 사진이 같이 있다. 뒷면에는 필리핀 술루 해의 자연 국립공원 투바타하(아름다운 산호가 많은 지역으로 유명), 그리고 필리핀 특산품 중 하나인 진주의 사진을 볼 수 있다.
새 지폐는 2022년 처음 공개 되었는데 1000페소 앞면에 필리핀 독수리의 사진만 덩그러니 들어가서 필리핀에서 많은 비판을 받은 지폐이기도 하다. 폴리머라는 단단한 재질이라 5년 이상 사용할 수 있다고는 해도, 디자인도 그렇고 플라스틱 지폐에 익숙하지 않는 많은 곳에서 사용을 잘하지 못해 손상시키거나(다리미로 다려서 쭈글쭈글해지기도 한 사진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이 돈을 받기를 거부하는 등의 문제가 많이 있었다. 뒷면의 디자인은 동일하다.
이 밖에도 기념으로 발행한 2000페소, 5000페소, 100000페소가 있는데 현실에서 구경하기는 거의 어렵다. 수집가들에게도 기존 가치 이상으로 고가에 판매되고 있는 지폐라고 한다. 이 지폐들도 2018년을 기준으로 사용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한국의 지폐와 비교하면 필리핀의 지폐는 좀더 원색에 가깝고 너무 많은 디자인변화와 더불어 과다한 정보를 담으려고 해서 복잡하다는 느낌이 있다. 하지만, 계속적인 디자인 변경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는 점은 참신하다고 여겨진다. 여행객에게든 현지 사는 교민들에게든 필리핀 지폐는 떼려야 뗄 수 없는 필리핀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아이템(물품)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만큼 그 안에 담긴 의미와 역사를 알고 사용한다면 더 의미 있는 사용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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