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의 전통 소 카라바우
보라카이 나 세부, 혹은 마닐라 외곽을 여행하다 보면 항상 볼 수 있는 것이 있다. 바로 검은색의 거대한 체구를 가지고 있는 필리핀 전통 소. 다 큰 성체는 600킬로그램 ~ 1톤을 상회하는 엄청난 몸집을 가진 이 소의 이름은 카라바우 소라고 한다.
카라바우 소는 필리핀에만 있는 소는 아니다. 동남아시아 전반에 걸쳐 서식하는 물소를 바로 카라바우 소라고 하는데, 무지막지한 힘과 뛰어난 지능으로 농업이나 각종 작업을 돕는 농민의 친구라고 할 만하다. 기계화가 많이 되어있지 않은 필리핀 농업에 있어 카라바우 소는 절대 빠질 수 없는 중요한 농사도구이다. 마치 우리나라의 한우와 같은 역할을 한다. 과거, 우골탑이라는 말처럼, 필리핀 농민들도 자식들을 교육시킬 때 돈이 부족하면 카라바우를 팔아 학비를 마련하기도 한다.
카라바우의 선조는 마닐라가 있는 루손 섬 아래 있는 민도로 섬에 살았던 타마라우 라는 소 품종으로 성질이 더 사납고 크기가 작으며 브이 자의 뿔 모양을 띄고 있었던 것이 특징이였으나 지금은 거의 절멸되고 아주 소수만 남아 있다고 한다. 현재의 카라바오 소 품종은 필리핀의 전통 소와 캄보디아 등 다른 나라에서 들여온 소의 혼혈 후손이다. 다른 나라의 물소와 비교해 보면 뿔의 크기가 다소 작고, 생김새가 온순하게 생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카라바우는 살아서는 농민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지만, 고기로도 만들어져 팔리는데, 일반 소의 고기보다 훨씬 질기다. 연한 식감을 가진 수입 소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편이며, 서민들이 많이 먹는 고기이다. 과거에는 카라바우 소의 가죽으로 옷이나 갑옷을 만들어 입기도 했다고 한다. 남부 민다나오에서는 카라바오를 타고 레이싱 경주를 하는 필리핀 전통 경기가 있다. 필리핀 전국에 걸쳐 행해지는 싸봉 도박처럼 남부 필리핀의 고유 민속 경기로 많은 민다나오 인들이 이 게임을 즐긴다.
까라바오 소가 필리핀을 상징하는 동물 중 하나라고 보통 생각하지만, 까라바오 소의 조상인 타마라우 소가 지정되었을 뿐, 카라바오 소는 필리핀에서 널리 알려진 소 품종일 뿐이다. 최근 낙농업을 발달시키려는 필리핀 정부의 사업의 일환으로 젖소인 홀슈타인 종과 어떤 환경에서도 강인하게 적응하는 카라바오 소를 교배시켜 새 품종을 만드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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