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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의 수상민족(시피플) '바자오 족'

by 필리핀누리 2023. 5. 11.

필리핀의 수상민족 바자오 족

마닐라 거리에서 구걸하는 바자오족

필자가 필리핀에 와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이 바로 끝을 알수 없는 교통체증. 덥고 습한 길거리에 대비되는 깨끗하고 화려한

몰. 그리고 거리의 구걸인들이였다. 택시 안에서 교통체증 속 돈을 구걸하는 걸인들을 보는 것이 익숙해 졌을 무렵, 보통의 

걸인들과는 조금 다르게 생긴 독특한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약간 노란색으로 염색한 듯한 머리결에 특이한 모양의 모자, 

그리고 더운 날씨에도 마치 이슬람 교를 믿는 사람처럼 둘러맨 특이한 옷. 갑자기 궁금증이 생긴 나는 운전기사에게 저들이

누구냐고 물어봤고, 그의 대답은 그들은 '바자오'라는 종족 이라는 것이였다.

필리핀 내 바자오 거주지

이 바자오라는 종족은 필리핀의 토착 종족이기도 하면서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를 어우르는 해상 민족을 모두 '바자오'라고 부른다고 한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서는 오랑 라우트, 혹은 라켄족이라고 부르는 이들은 고대 말레이시아를 

배경으로 하는 조호르 술탄국의 후손들이라고 하는데, 그 이상의 정확한 역사는 따로 밝혀진 것이 없다고 한다. 한곳의 정착지에서 오래 살지 않고, 다른 구역으로 항상 배를 타고 이동했던 이들은 흔히 바다의 집시, 베두인 족이라 불리기도 한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을 어우르는 바자오 족의 거주 구역

바다의 집시라고 불리는 이들은 필리핀의 다른 토착 종족 이에따(아띠) 종족이 그랬듯이 원래 자신의 구역을 잃고 자꾸만 

바다로 밀려나 확실한 거주지가 없는 상태로 살아가고 있다. 원래 필리핀의 해상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었지만, 

새로이 육지에서 유입된 말레이, 중국 혼혈계 필리핀인들에게 자신의 영역을 빼았겨 지금은 아띠 족처럼 정부의 보호구역

아래 살아가거나, 현지인과 혼인하여 흡수되는등 그 명맥을 점차 잃어가고 있다. 

특히 이들의 영역이였던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에서는 강력한 이슬람 세력의 탄압에 가지고 있던 토지와 재산을 모두 

빼앗기고 일부 명맥만 남긴채 더 이상 수상활동을 하지 못하고 필리핀 거리에 나와 구걸을 하거나 막노동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수상민족이였던 이들은 생계를 위해 진주를 캐거나 해산물을 채취하는 등의 활동을 통해 종족을 유지하려고 했지만, 

사유재산 개념의 부족, 교육의 부재 등 다양한 이유로 인해 많은 부족민들이 돈을 쫓아 사회 하층민으로 전락하고,

전통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바자오 족들은 극소수만 남은 상태이다. 

수상민족이라는 별명답게 바자오 족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잠수 능력이다. 해상 생활을 하면서 몇천년간 수상활동에

맞게 진화해온 이들의 신체는 아무런 훈련 없이도 5분 이상 물에서 버틸 수 있고, 훈련을 시작하면 10분 이상, 80미터 이상의 깊이를아무런 도구에 의지하지 않고 신체 능력만으로 잠수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능력은 일반 사람에 비해 적혈구를 저장하는 비장이 50%이상 크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뿐만 아니라 진하의 증거로 망막도 진화하여 바닷물 속에서 헤엄치는데 전혀 무리가 없는 특이한 신체 조건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런 능력은 일반 사람이라면 특수한 훈련을 몇년 이상 받아 프리 다이빙 스킬을 갖춰야만 가질 수 있는 가히 물속에 최적화된 인어의 능력으로, 이런 바자오 족이 발견한 최고의 보물 중 세상에서 가장 크다는 '술탄의 진주'라는 작은 공 크기만한

진주도 있다. 

오늘날의 바자오 족은 필리핀의 가장 취약한 계층으로 전락하여 도시에서 막노동을 하거나 해변에서 작은 진주나 해산물을 캐서 팔거나, 소규모 어업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마저도 환경의 파괴와 해상 소유권등이 확립되면서 점차 바자오족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으며, 국제적인 시민단체나 필리핀 국가 정부의 최소한의 보호 아래서 소수의 바자오 족들이 그들의 명맥만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수준이다. 아티 족과 마찬가지로 여성은 일반 필리핀 남성과 혼인하여 점차 동화되어 가고, 남성은 힘든 일자리도 구하지 못하고 전체 부족의 숫자가 점차 줄고 있다. 

독일인 수녀가 협회를 조직해 바자오족을 돕고 있다.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의 다바오 시. 이곳의 바자오 자치구를 방문하면 쓰레기가 바다위에 둥둥 떠있고, 허름한 나무로 만든

해상가옥에서 대가족이 모여사는 바자오 족들을 만나볼 수 있다. 한국의 봉사 단체에서 이런 환경을 개선하고자 해 보았지만, 이들이 원하지 않아 환경 개선을 해 주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들이 더 배우고 자신의 권리를 찾아 바자오 족의 

명맥을 훌륭하게 잇길 바란다면 지나친 욕심일까? 수천년의 해상민족 바자오의 역사가 우리의 다음 세대들에게도 전설이 아닌 실화로 전해지길 바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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