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직업. 가드란 무엇인가?
필리핀에 처음 온 한국 사람들이 가장 놀라고 신기해하는 직업 중에 하나가 바로 '시큐리티 가드' 경비원이다. 처음 여행 온 사람들은 도대체 이 직업이 무엇인가에 대해 잘 모르고, 경찰로 착각하는 경우도 많다. 하얀색 유니폼을 입고 건장한 체격을 가진건 그렇다 치더라도, 옆구리에 찬 총은 특히 위협적이다. 총의 종류도 다양해서 권총부터, 샷건, 중요한 건물 앞에 서있는 경비원들은 자동소총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 또, 경비견을 데리고 돌아다니기도 하는데, 셰퍼드 종류의 중형견으로 잘 훈련된 매서운 눈빛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아찔한 느낌을 받게 한다.
필리핀에서는 보통 시큐리티 가드 혹은 가드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불법 총기로 인한 치안의 악화와 고용주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경비 업무를 담당하는 특수 경비원이라고 볼 수 있다. 필리핀의 거리는 불법 총기로 인한 범죄가 종종 일어나곤 한다. 실제로 합법적인 허가가 있으면, 실탄이 들어가는 총을 거리에서 구매할 수도 있고, 간혹 다큐멘터리에서 다뤄지는 불법 총기 공장이 필리핀 곳곳에 있기도 하며, 과거 SES의 유진과 현빈, 이선균이 출연했던 필리핀 로케의 영화 '로맨틱 아일랜드' 에서 다뤄졌던 것처럼 실탄이 문제가 되어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은 편이다. 또, 남미처럼 막장 치안은 아니지만, 그래도 개인이나 상점을 대상으로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필리핀 전체 국토의 크기는 대한민국의 3배 이상, 한반도의 1.5배는 되는 결코 작지 않은 나라인데, 이런 국토 면적에 비해 경찰력은 무척 부족하다고 할수 있다. 경찰력이 약 22만 명 정도로 추산되지만, 이 숫자로는 필리핀 전 국토를 관리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것이 사설 경찰력이라고 할 수 있는 '가드'이며, 퇴역한 군인이나 경찰 고위직이 경비업체를 차려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경비들은 상황에 따라 '합법적인 발포 권리'를 가지고 있으며, 고용주의 재산이나 가드 본인에게 중대한 위해를 가하는 경우, 경고 사격 후 발포해서 상해 사고가 발생해도 이에 대한 책임을 최소화 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경비하는 곳, 회사에 따라 다른 유니폼과 무기를 소지하고 책임구역을 경비하게 된다. 또, 은행에 고용된 특수 가드들은 방탄차를 몰고 금괴나 돈을 호송하는 일을 맡기도 한다.
이들을 강제로 고용하는 법률은 없다. 과거 필리핀의 대도시에서 발생했던 많은 절도 및 강도 사건, 또는 테러 사건의 영향으로 규모를 갖춘 상업 시설에는 경비원을 두는 것이 마치 관례처럼 되어버렸고, 손님과 종업원, 가게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경경비를 고용해서 배치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었다고 한다.
기본적인 가드들은 권총과 총알 6발, 그리고 응급상황을 위한 응급 키트를 가지고 근무를 선다. 쇼핑몰을 오가는 사람들이 흉기를 가지고 있지 않은지 검사하기도 하고, 어려움에 처한 손님을 도와주거나 상업 시설을 안내해주는 등의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다.
가드라는 직업
가드라는 직업은 절대 쉬운 직업이 아니다. 세상의 모든 직업이 마찬가지이지만, 보통 12시간 2교대 근무로 일을 하게 되는데, 경비부터 다양한 업무를 모두 진행하게 된다. 몰이나 은행에 근무한다면 기본적인 도움을 주는 도우미의 역할부터, 때로는 문제가 있는 손님을 처리하는 역할까지 겸하게 된다. 이런 과도한 업무로 인해 일을 하다 안좋은 상황에 놓이게 되는 가드들도 적지 않다.
가드를 처음 시작하게 되면 유니폼을 회사에서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구입해서 시작해야 한다. 유니폼부터 구두까지 모두 구입해야 하는데, 이 비용이 또 만만치 않아 주변의 도움을 받는 경우도 있다.
가드는 사실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해야 하는 직업이지만, 일의 강도에 비해 저렴한 인건비 등으로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지원자가 많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시골에서 갓 올라온 청년들이 지원하여 일하거나 당장 일자리가 부족한 경우 지원하여 일하는 가드들도 많기 때문에 가드의 임무를 처리하는데 있어 강도에게 총을 빼앗기거나 하는 등으로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런 미숙련 가드들은 당연히 페이가 높지 않은 소규모 점포등에 배치되는 것이고, 중요도가 높은 건물이거나 페이가 강한 경비원의 경우에는 사정이 좀 다르다. 퇴역 군인이나 경찰들이 지원하여 일하는 경우도 많고, 국가기관이나 은행, 혹은 큰 호텔에는 전문적으로 훈련받은 가드들이 일하는 곳이 많은 편이다.
또, 가드들은 동네 소식통이기도 하다. 한자리에서 열시간 넘게 일을 하다 보니, 동네 어디에 누가 사는지, 누가 몇시에 일 나가는지 등을 모두 파악하고 있다. 그래서 여행을 가게 되어 길을 잃게 되거나 맛있는 가게를 찾는다면, 근처에 있는 가드에게 물어보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일 수도 있다.
가드들은 매섭게 생긴 인상과는 다르게 손님의 안전을 지키고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다소 치안 부재의 상황 아래 있는 필리핀에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직업 중 하나이다. 또, 친해지면 각종 정보를 주는 고마운 도우미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필리핀에 여행가서 가드를 보게 되면 놀라지 말고, 시간날때 한번 말을 걸어 보는 것은 어떨까? 여행객들도, 교민들도 모르는 동네의 신기한 정보를 얻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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