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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보라카이 추억속 리조트, 웨스트 코브

필리핀누리 2023. 5. 30. 21:16

영광의 시절. 웨스트 코브 보라카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보라카이. 수많은 리조트가 지어지고 없어졌지만, 보라카이 디니위드 해변으로 가는

웨스트 코브 리조트는 필자로 하여금 예전의 추억에 잠기게 한다. 이천년대 후반, 2010년도를 모두 보라카이

에서 보냈던 필자로서는, 특히 허니문 손님이 보라카이를 많이 찾았던 2010년대 중반까지, 보라카이의

왠간한 리조트는 다 돌아다녀봤다고 자부한다. 그 중에서도 웨스트 코브는 기억에 남는 리조트중 하나인데,

첫번째 이유는 가는 길이 쉽지가 않다. 디니위드의 시골길을 걸어걸어, 해변까지, 또 해변에서 다시 동굴을 타고

들어가야만 있는 리조트. 지금은 불타 없어진 나미 리조트를 지나, 스파이더 하우스를 지나, 디니위드 해변

동굴의 가장 안쪽에 있는 리조트였는데 엘리베이터도 없어서 손님 짐을 들고 힘들게 다녔던 기억이 있다.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했었다.

 

당시 나미 리조트에만 엘리베이터가 있었는데, 사용료를 한번당 100페소인가 받았던 기억도 난다. 전용 보트가

있긴 했는데 크기도 스피드 보트 급이고 사용료도 최소 2천 페소 이상 받아서 거의 이용안하고 모든 손님들이 

거의 이용하지 않고 육로로 갔던 리조트. 해변에 호텔 룸들이 붙어있다는 컨셉으로, 또, 보라카이에서 오염되지

않은, 특히 한국인, 중국인들이 거의 없는 디니위드 해변을 바로 바라볼수 있다는 컨셉으로 가끔 특이한 호텔을

찾는 허니문 손님들이 방문하곤 했던 리조트. 그게 바로 웨스트 코브이다.

 

보라카이에서 가장 유명한 호핑투어 액티비티를 하다보면, 보라카이 스테이션 1을 지나 샹그릴라로 가는 도중

발견할 수 있는 절벽의 잔해만 남아 흔적만 볼 수 있는 웨스트코브. 호텔 주인이 필리핀의 복싱영웅 파퀴아오라는

이야기도 돌았던 호텔인데, 후일 루머로 밝혀지기도 했다.

 

 

웨스트코브 호텔의 특징은 단연 너무나 아름다운 앞바다였다. 다른 호텔처럼 호텔앞에 해변이 있는 호텔은 아니였지만,

온갖 종류의 열대어, 바닥이 비칠듯 푸르고 아름다운 바닷가는, 당시 오염되고 조금은 혼잡했던 보라카이의 스테이션

2를 벗어나 예전의 보라카이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듯 했다. 실제로 웨스트코브 앞바다에서 스노클링을 즐기는

매니아 층도 있었고, 리조트 자체에서도 컨슈머블 형식으로 돈을 받고 손님을 입장시켜서 투숙객이 아니더라도

호텔 앞 바다에서 스노클링을 하고 즐길 수 있게 했던 기억이 있다.

 

 

웨스트 코브는 일등급 리조트는 아니였어도, 한적한 곳이나 특이함을 좋아하는 매니아 층에게 사랑받았고, 특히 중국인

관광객이 절정에 다다랐을 2010년대 중반만 해도 방이 없을 정도로 호황을 누리던 리조트였다. 웨스트 코브의 황금기는

일순간 깨지게 되는데,,,,2018년 4월 26일부터 대통령 두테르테가 명령한 보라카이 환경 정화 작업에 의해 웨스트 코브는

리조트 영업의 막을 내리게 된다. 환경부 자체 조사로는 무허가 건물, 영업허가 없이 영업한 점등을 들어 폐쇄 결정을

내렸다고 하는데, 리조트 사장인 크리소토모 아퀴노는 처음에는 완강히 철거를 거부하고 리조트 폐쇄의 부당함을

호소했으나, 중앙 정부의 표적으로 찍힌 다음에는 방법이 없었다. 처음 리조트 건설시 허가를 내준 보라카이 시나 관광청

등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했으나, 필리핀에서의 고소는 짧게는 10년, 길게는 수십년이 넘는 시간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결국 자체 폐쇄 결정을 내리고 오너 자신이 직접 망치를 들고 웨스트 코브의 곳곳을 부수고

말았다. 지금은 폐허의 흔적만 남아 을씨년 스러운 모습으로 남아있다. 리조트는 폐쇄되었지만, 토지 소유는 아직도 전 호텔

주의 것이기 때문에, 나머지 잔해를 함부로 헐지 못하고 그대로 남겨놓고 있다. 지금은 동네 어린이들의 놀이터로,

과거의 영광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흥망성쇠는 당연하다 했던가? 하지만 보라카이에서 시간을 보냈던 한사람으로서 추억의 시간을 보냈던 리조트가

하나하나 없어지는 소식을 듣는 것은 결코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아무도 없는 밤, 보라카이 야간 호핑을 나갔던 기억,

보라카이 뒷바다에서 연을 날리며 놀았던 기억 저편으로, 웨스트 코브의 푸른 바다, 보라카이 해양 동굴의 추억도

아련하다. 아마 웨스트 코브에 묵으셨던 분들은 다 기억하실 것. 지금의 보라카이도 결국 역사의 한장으로 기억되겠지만,

보라카이 그 자체의 아름다운 모습은 언제까지나 그대로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