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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적지, 박물관 매니아에게 천국-마닐라 도심의 유적'인트라 무로스'

필리핀누리 2023. 6. 7. 01:42

인트라무로스

인트라 무로스는 스페인어로 '벽 안(WITHIN THE WALL)이라는 뜻이라는데, 그 말 그대로, 중세 스페인 사람들이

필리핀을 정복한 이후 성벽을 세워 내부를 스페인의 중심 행정지로 만들었던 데서 유래한 성곽도시이다.

지금도 많은 주민들이 살고 있고, 다양한 유적지와 볼거리들이 널려있는 곳으로, 마닐라를 방문한다면, 패키지든

자유여행이든 한번정도는 꼭 들르게 되는 관광지라고 할 수 있다.

 

필자가 2003년도 처음 어학연수로 필리핀을 방문했을 무렵, 룸메이트였던 형님은 여행 매니아였다. 학사 장교를 나와

씩씩함이 가득했던 형님은 마닐라 구석구석을 아무 정보도 없이 잘도 돌아다녔다. 내가 살던 퀘존 시티 뿐만 아니라,

마닐라 북쪽부터 남쪽의 카비테까지, 또 동쪽의 안티폴로 시티까지.

 

이분이 하루는 마닐라에 참 볼만한 곳이 있는데 한번 꼭 같이 가보자는 거였다. 돌로 만들어진 도시라고 했었나

하여튼 퀘존에서 탈줄도 모르는 지프니를 몇차례나 갈아타고 돌아돌아 인트라 무로스로 도착하게 되었다. 사실,

당시에는 인트라무로스라는 건물이 뭔지도 몰랐고, 어떤 것이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였다.그렇게 방문하게 된

인트라무로스를 좀 과장하여 수십번 이상 보게 될줄은 당시에는 전혀 몰랐다.

 

인트라 무로스 둘러보기

 

당시에 처음 봤던 것이 바로 폐허 유적인 이곳.

인텐덴시아. 예전에 필리핀 국가 정부 건물로도 사용했고 현재는 완전히 폐허로 변해버린 공간. 과거 필리핀 조폐국

이였던 이 공간은 2차 세계대전때 피해를 입어 폐허가 되었다는데...공포 영화의 촬영지로도 종종 사용되고 있는

공간이라고 한다.

 

이곳에서 조금 더 들어가면 본격적인 인트라무로스를 볼 수 있다. 인트라 무로스 하면 역시 대성당을 기준으로 펼쳐지는

스페인식의 고대 석조 도시의 풍경인데, 아시아에서도 이런 이국적인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은 몇 되지 않는다고 알고 있다.

마닐라 북쪽에 비간이라고 스페인 시절을 간직한 작은 도시가 있는데, 가볼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인트라 무로스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마닐라 대성당. 기나긴 역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곳. 그리고 인트라무로스를 관광했던 여행객 들에게는 카레사(마차)를 탔던 곳으로 기억되는 곳이다. 카레사는 악명이 높아서 미리 가격을 흥정하지

않고 탔다가 나중에 덤태기를 쓰는 경우도 많고, 한국인과의 악연이 많은 탈거리라고 할 수 있다. 후일 마닐라 가이드를

하면서, 또 여행으로 마닐라에 방문하면서 이곳을 얼마나 많이 가게 되었는지. 카레사는 꼭 흥정을 하고 타야 한다는 것.

그리고 흥정을 할때 정확한 숫자, 화폐 단위까지 이야기 해야 한다는 것. 반드시 기억하시라.(녹음을 할 수 있다면 더욱 좋음)

 

마닐라 대성당은 그 화려함과 웅장함으로도 유명하고, 입구에 들어서자 마자 양편에 마련된 인트라무로스에 대한 역사와

조각품 등으로 관광객들이 빠지지 않고 방문하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2000년대 중반 후반만 해도 잡상인들, 근처 거지들이 배해하면서 치안이 그렇게 좋지 않은 곳으로 꼽혔던 인트라 무로스의

대성당 광장(로마 광장)은 지금은 많은 리노베이션과 마닐라 시민들의 노력으로 훨씬 나아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장 최근

방문했을 때, 광장 한켠에 (무인서점)이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 기억이 있다. 내가 알던 예전의 마닐라가 아니구나 하는 사실을, 그리고 필리핀이 점점 발전하고 있구나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던 기억이 있다.

 

 

이 로마 광장을 중심으로 가볼만한 곳들이 펼쳐지는데, 모든 전화에서 유일하게 피해를 입지 않은 산 어거스틴 성당이

바로 그 첫번째라고 할 수 있다. 결혼식 장소로도 많이 이용되는 이곳은 아름다움과 고요함이 공존하는 개인적으로

필리핀에서 가장 좋아하는 성당 중 한곳이다.

 

 

산 어거스틴 성당 끝편 왼쪽에 과거 스페인의 필리핀령 총독이였던 미구엘 로페즈 데 레가스피의 무덤이 있는 것도 몰랐더랬다. 이곳을 몇번이나 간 후에 이 사실을 알고 방문했었던 기억이 난다. 멜깁슨의 영화 아포칼립스 같은 웅장함이

있던 것은 아니였지만, 나름 스페인의 콩기스타도르. 필리핀을 정복하기 위해 전 재산을 다 썼다니 얼마나 많은 격렬함이 있었을지 알기 힘들다.

 

산 어거스틴 성당은 현재 박물관으로도 이용되고 있는데, 내부의 모든 벽화, 조각품, 카톨릭 유물들은 실제로도 몇백년이나

된 귀중한 물건들이며, 스페인의 식민지배 역사를 그대로 담고 있는 동남아시아에서도 몇 안되는 굉장한 유물전시관 및

전시장이라고도 할 수 있다. 특히, 모든 전시장을 둘러보면 등장하는 거대한 파이프 오르간의 위엄은 산 어거스틴 성당의

위용과 역사의 근엄함을 함께 느끼게 해주는 듯 하다.

 

 

산 어거스틴 성당을 나와 가볼만한 공간은 바로 카사 마닐라이다. 이곳은 스페인 시대 귀족의 거주지를 거의 원형 그대로

보존해놓은 곳으로 중세시대의 스페인 귀족이 필리핀에서 어떻게 살았는지를 볼 수 있다. 응접실, 거실, 연회장, 주인의

침실 및 하인의 방, 화장실등을 볼 수 있다. '화이트 나이트 호텔'과 바로 붙어 있어, 인트라무로스를 천천히 구경하고 싶은

사람은 이곳에 방을 잡아도 좋다. 필자는 일박을 이곳에서 묵어보고 저녁에 거리도 산책해 봤는데, 일반 필리핀 거리에서

느낄 수 없는 고풍스러움이 좋은 곳이였다.

 

 

그 다음 방문해 볼 만한 곳은 바로 '치노이 뮤지엄' 치노이란, 중국계 필리핀인들을 말한다. 지금은 거의 필리핀사람이 되어

중국인의 흔적이라곤 가족의 성에서만 그들이 중국인의 후손임을 알수 있기도 한 사람들도 있고, 지금도 중국어를 열심히

공부하고 중국인의 정체성을 지키고 있는 중국계 필리핀인도 많다. 필리핀의 1등 물류기업 SM의 수장인 헨리시조차

중국계인걸 감안하면, 필리핀에서의 중국혈통은 필리핀 역사의 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뿌리깊은 것이다.

필리핀 독립영웅으로 높이 평가받는 호세리잘도 중국인의 혈통을 가지고 있었다고 할 정도이다.

 

 

과거 중국계 해적 리마홍이 마닐라를 침범하기 전부터, 이미 중국인들은 필리핀으로 이주하여 살고 있었고, 현재까지도

필리핀에서는 많은 중국인 이주민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융합력과 중국인이라는 정체성, 그들만의 혈연관계를

바탕으로 필리핀 곳곳에서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런 필리핀의 중국인 역사를 자세히 기록해 놓은 곳이 바로 이

치노이 뮤지엄으로 해외에 사는 외국인인 한국사람으로서 한번쯤은 꼭 방문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이 박물관

자체도 중국계 필리핀인들의 기부로 만들어진 곳이기 때문이다.

 

 

이곳을 지났다면 '데스트렐리아 림투아코 박물관'을 견학해 보자. 필리핀하면 유명한 산미구엘 맥주 외에도 자체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많은 술이 있는데, 이 박물관은 중국계 양조장을 그대로 박물관으로 만들어 놓은 곳이라고

할 수 있다. 데스트랄리아 림투아코 라는 브랜드를 만든 림 투아 코 가족이 개인적으로 사들여 회사의 역사와

림 투아 코 회장의 개인 컬렉션등을 진열해 놓았다. 잠깐만 둘러봐도 필리핀의 증류주 및 럼주 등 술의 다양한

역사와 종류를 알 수 있으며, 지루하지 않게 군데군데 시청각 영상 자료도 준비해 놓았다.

 

 

마지막으로 둘러볼 만한 곳은 '라이트 앤 사운드 뮤지엄'이다. 필리핀의 역사를 빛과 소리, 디오라마 등 시청각을

자극하며 쉽게 느끼고 볼 수 있는 모습으로 재현된 이 박물관은 일반 박물관과는 다르게 독특한 오브제와 체험방식으로

유명하다. 최소 10인이 되어야 들어가 볼 수 있다.


인트라무로스는 그 역사의 흔적, 시간만큼이나 볼 거리와 체험할 거리가 많은 유적지이다. 위에 소개된 갈만한 곳 이외에도,

새로생긴 인트라무로스 뮤지엄, 기념품점이자 유물박물관이기도 한 팔라시오 데 호세 등의 박물관이 있으며, 로하스 대로를

기준으로 관광벨트로 묶여 있는 이곳에서 필리핀 국립 박물관, 자연사 박물관, 천체 박물관 등 필리핀의 역사와 문화를

알고 싶은 분들이라면 꼭 방문해 봐야 할 문화 유적지가 여기저기 널려 있다. '박물관 매니아'들에게는 가히 천국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필리핀에 방문하게 된다면, 방문해볼 만한 유명한 곳이 많이 있지만, 공항에서도 가깝고 필리핀의 역사를

재밌게 설명해 놓은 유적지 그 자체인 인트라무로스는 놓치지 말고 꼭 들러 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