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리보
우리가 흔히 깔리보(영어표기는 칼리보이나 된소리를 내서 깔리보라고 부르는게 정확한 발음)라고 부르는 이 도시는 인구 약 10만 명의, 한국과 비교하자면 경기도 광주 정도 크기의 도시라고 할 수 있다. 보라카이에 가기 위한 여행을 한다면 국제선 비행기를 타고 꼭 내려야만 하는 도시로, 여기 사는 교민 누군가는 보라카이가 없다면 아마 올 일이 없는 도시라고 표현할 정도로 무척 심심한 도시이기도 하다.
칼리보는 보라카이와 전혀 다른 점이 많다. 국제선 공항이 있는 것을 제외한다면 전형적인 필리핀의 지방 도시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우선 보라카이와 비교해 물가가 무척 저렴하다. 이제 한국 물가와 거의 차이가 없게된 보라카이와 비교해서, 깔리보의 물가는 체감상 보라카이의 30~40%에 불과한 것 같다. 그런데 사실 이것도 외국 관광객이 갈 일 없는 완전히 필리핀 구석에 있는 다른 도시에 비해서는 비싼 것. 예를 들어 깔리보 옆동네 카피즈 주의 로하스는 이보다도 더 저렴한 물가를 형성하고 있다.
깔리보는 무척 심심한 동네다. 밤늦게까지 다양한 샵과 바가 문을 여는 보라카이하 고는 다르게 깔리보의 일반적인 상점은 모두 7~8시면 문을 닫아서 갈 곳이 없다. 8시가 넘으면 일부 술집과, 24시간 운영하는 맥도날드, 작은 현지 가게 외에는 모든 상점의 문을 닫는다. 그만큼 건전한(?) 도시라고도 할 수 있다.
아주 특별한 일이 아니고서는 깔리보에서 숙박을 하는 관광객은 찾아보기 힘들다. 가족 여행을 와서 하루 정도 쉬었다 보라카이를 가려는 분들이나, 정말 특이하게 깔리보 관광을 하고 싶다는 분들을 제외하고는 깔리보에서 관광객을 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단, 태풍 시즌만은 제외라고 할 수 있다. 태풍 시즌에는 바다의 파도와 기상 문제로 보라카이로 들어가는 까띠 끌란 항구에 배가 뜨지 않는데, 이 때는 수많은 여행객들이 깔리보에서 머물다 보라카이로, 혹은 아주 운이 없는 경우, 그대로 한국으로 가는 경우도 있다. 이 때만큼은 깔리보 내 호텔, 식당을 예약하기 위한 전쟁이 벌어지는데, 일 년에 한 두번 정도 이런 일이 꼭 생기곤 한다.
깔리보는 한국 해외 자원 봉사단(코이카)의 손길이 닿은 곳이기도 하다. 깔리보의 파스트라나 지역 바랑가이 홀, 뉴 부스왕의 냉동 창고 등은 현지 주민들의 복지를 위해 코이카에서 직접 투자해 지어준 건물이다. 깔리보에서 한시간 가량을 더 가면 리바카오라는 지역이 나오는데, 코이카 단원들이 이곳에 머무르면서 자원 봉사를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또, 깔리보는 한국에서 처음 오는 관광객들이 필리핀식 공동묘지를 처음 보는 곳이기도 하다. 관을 땅에 매장하는 한국과 달리, 서양식으로 관이 들어갈 자리를 만들어 아파트형으로 관리(납골당)하는 묘지를 처음 본 관광객들이 충격을 받기도 한다.
깔리보중심지역
깔리보는 크게 중심과 외곽지역으로 나뉘는데, 깔리보의 중심이라 하면 단연, 구 광장과 시청을 중심으로 한 파스트라나 파크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곳에 대성당, 경찰서 및 다양한 관공서가 밀집되어 있다. 또, 시청이 있는 건물도 중심가에 있어, 깔리보 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서류를 만들려고 하면 이곳에 반드시 와야 한다. 또, 다양한 식당과 상점이 모여있어서 깔리보 중심의 상업지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 중심지역은 깔리보 신 재래시장을 거쳐 가이사노 몰(백화점)까지 연결이 된다.
이곳에는 다양한 병원들이 모여있어, 보라카이에서 크게 다친 관광객들이 치료를 받기 위해 들르는 병원들도 많다. BDO, BPI 등 다양한 은행도 이곳에 있어, 깔리보 사람들의 삶의 중심이 되는 곳이다.
아티아티한 축제가 1월에 개최되면 많은 사람들이 파스트라나 광장을 중심으로 축제를 진행하기도 한다.
파스트라나 파크-구 재래시장 지역을 제외하면 깔리보의 다른 번화가 지역은 바로 캐피탈(도청)이 있는 구역이라고 할 수 있다. 이곳에는 3~4개의 대학교와 도청, 다양한 상점이 밀집되어, 깔리보 시청 부근은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또다른 번화가라고 할 수 있다. 단, 학생들과 공무원들 위주의 상권이 형성되어 있어 주말이나 공휴일, 오후 5시 이후가 되면 인적이 그리 많지는 않다.
깔리보외곽지역
깔리보의 외곽지역은 깔리보 내 외곽지역, 깔리보 외부의 외곽지역으로 나눠볼 수 있다. 깔리보 내 주거단지를 지나면 뉴부스왕, 올드 부스왕 지역은 수영장과 망그로브 삼림으로 유명한 에코파크가 위치하고 있다. 이곳에는 아클란 주 전체를 총괄하는 경찰청과 코로나 때 아클란의 환자들을 수용했던 세미나 센터가 있기도 하다. 또, 이곳에는 소규모의 바가 모여있어, 현지인들이 밤에 라이브밴드 연주나 음식을 먹으러 가는 식당들이 있기도 하다.
깔리보 남쪽으로는 모보, 티가욘 지역이 있다. 모보지역은 깔리보 중심가 외곽 지역 파스트라나 지역을 지나 깔리보 강둑을 계속 따라가면 가볼 수 있는 구역으로, 사탕수수밭이 그대로 보전되어 있으며, 더 외곽으로 가게 되면 아클란 주 변두리 바랑가이로 나갈 수 있는 도로로 빠지게 된다.
티가욘 지역은 티가욘 유적지와 타조 농장으로 유명하다. 티가욘 유적지는 필리핀 선사 시대의 유적을 볼 수 있는 곳으로, 현지인들에게는 정령이 사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티가욘 산 정상에 올라가면 깔리보 전체를 다 볼 수 있기도 하다. 또, 타조 농장은 깔리보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동물원으로 다양한 동물과 승마 체험도 해 볼 수 있다. 타조 농장은 말 그대로 타조도 사육하고 다른 동물도 기르고 있는 곳으로, 현지인들이 가끔 견학이나 주말에 가족을 데리고 오는 곳으로 미니 동물원 수준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깔리보에서 외곽으로 나가게 되면 뉴워싱턴, 방아, 누만시아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다. 뉴워싱턴은 깔리보 공항에서 더 외곽으로 이동하게 되면 갈 수 있는 곳으로, 깔리보에서 소모되는 거의 대부분의 해산물이 이곳에서 잡힐 정도로 해산물로 유명한 곳이며, 다양한 양식장이 있어, 알리망오(필리핀뻘 게), 새우 등을 양식해서 판매한다. 이곳에 직접 간다면 시장보다도 더 저렴한 가격에 해산물을 구입할 수 있다.
누만시아 지역은 보라카이에서 깔리보로 들어오는 길에 있는 곳으로, 별다른 특징이 없고, 뉴워싱턴과 마찬가지로 해안선을 따라 다양한 어류를 양식하는 양식장이 있는 곳이다. 집세가 무척 싼 반면 깔리보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아 깔리보의 위성도시, 배드 타운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방아는 깔리보에서 일로일로로 가는 길목에 있는 조그만 타운으로, 필리핀 독립전쟁 당시 참전한 군인들이 가장 많은 곳으로도 유명하다. 이곳 플라자(중심가)에서 매 저녁마다 벌어지는 분수 쇼는 큰 규모는 아니지만 나름 운치 있고 볼 만한 광경을 현지인들에게 제공한다.
깔리보시 바깥 가볼 만한 곳
깔리보에서 3시간 거리에 있는 카피즈 주는 필리핀 해산물의 고향이라 불릴 정도로 해산물이 많이 나는 것으로 유명하며, 남쪽 안티케 주의 산 호세는 인구는 적지만 공항, 항만 시설 등 기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어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이 많은 도시이다. 혹시 보라카이 근처에서 사업을 하고 싶다면 이곳에서 시작해 보시라고 하고 싶을 정도로 잘 정돈된 도시이다.
또, 남쯕으로 4시간 정도를 이동하면, 어학연수 등 한국인에게도 잘 알려진 일로일로시가 존재한다. 일로일로시는 이미 번화한 도시라고 할 수 있어 한국의 일반 도시와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잘 발달한 도시이다.
보라카이 여행을 너무 많이 해서 지겹다면 이제 깔리보나 근처의 다른 도시를 여행해 보는 것은 어떨까? 보라카이에서 발견하지 못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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