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시클이란?
필리핀에 처음 온 사람들은 다른 나라에 비해 무척 특이한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차나 오토바이가 도로 위에 다니는 것은 당연하지만, 한국에서 거의 볼 수 없는 희한한 형태의 운송수단이 도로를 돌아다니고 있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트라이 클 이라는 것. 트라이시클은 말 그대로 try(3의) + motor사이시클 이라는 두 개의 단어를 합쳐서 '바퀴가 세 개 달린 오토바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운송수단이다.
태국의 툭툭, 인도의 릭샤와 다른 점은 오토바이와 탑승석의 분리가 가능하다는 것이며, 이로 인해서 좀더 자유로운 개조나 공간 확장이 쉽다는 특징이 있다. 릭샤나 툭툭은 운전석과 탑승석이 일체형이지만, 트라이시클은 언제든 원하면 오토바이 부분을 승객이 탑승하는 부분과 연결고리를 제거한 후 쉽게 분리할 수 있다.
예전 전쟁영화에서 가끔 보이던 이 트라이시클이라는 형태의 운송수단은 사실, 역사가 꽤 오래된 교통수단이다. 1680년대에 독일에서 이미 초보적인 수준의 오토바이 삼륜차가 발명되었고, 1893년에 프랑스에서 오토바이와 삼륜차가 결합된 형태의 교통수단이 생겨났다. (현재 필리핀의 삼륜 자전거 페디캅과 비슷) 1920년부터 자동차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삼륜차의 인기는 점차 사그라들었고, 1950년대부터는 서양에서는 삼륜차가 거의 생산되지 않았다고 한다.
필리핀의 본격적인 트라이시클 역사는 1948년부터 시작된다. 2차 세계대전의 흔적이 필리핀을 스쳐지나간 후, 필리핀에는 수많은 군용 기계들이 남아있었다. 미군과 일본군이 놓고 간 오토바이와 각종 차량들. 손재주 좋은 필리핀인들은 이 기계들을 잘 수리해서 타고 다닐 수 있는 지프니와 트라이시클로 각각 개조하여 타고 다닐 수 있게 만들어 냈다고 한다.
트라이시클은 지역에 따라 각각의 모양이 다른데, 앞에만 승객이 탈수 있게 돼있는 차량, 완전히 중간이 비어있는 차량, 뒤쪽이 비어있는 구조 등 다른 지역을 방문할 때마다 다양한 형태의 트라이시클을 보는 것도 신선한 재미이다. 예를 들어 보라카이가 있는 아클란 주의 트라이시클은 거대한 박스 모양으로 생겨서 많은 승객을 실어 나를 수 있게 되어 있다. 또, 보라카이 옆 카피즈의 트라이시클은 유선형으로 앞에 단 두 명만 탈 수 있도록 되어있다. 저 멀리 팔라완, 프에르토 프린세사의 트라이시클은 트라이시클 앞을 승용차처럼 개조하여 보고 타는 재미를 더해준다.
트라이시클의 오토바이는 보통 125cc에서 250cc 정도의 배기량을 내는데, 일본의 혼다는 필리핀에 트라이시클이 특히 많다는 점을 주목 TMX 155 cc 라는 필리핀 전용 오토바이를 출시하기도 했다.
영업용 트라이시클은 다닐 수 있는 구역이 정해져 있다. 운전자는 해당 지역의 번호판과 유니폼을 입어야 하며 다른 구역에 들어갈 경우 트라이시클 협회의 엄중한 경고와 페널티를 부여받는다. 또, 트라이시클은 고속도로나 큰 도로를 달릴 수는 없으며, 국도나 지방도로로만 다닐 수 있다.
트라이시클의 비용은 거리에 따라 달라지며, 한대를 완전히 대절하는지 아니면 여러명이서 같이 동승하는지, 또 거리에 따라 요금이 달라진다.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기본요금은 합승 시 한 명당 12페소(약 400원 정도) 이상으로 책정되어 있다.
트라이시클은 필리핀 전역에서 지금도 승객을 운송하고 짐을 나르고 있으며, 필리핀에서, 특히 지방도시에서는 필리핀 사람들이 가장 자주 이용하는 교통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대도시에서는 주택가나 골목에서 많이 운행된다.
보라카이 트라이시클
보라카이는 필리핀 역사상 가장 빠르게 개발된 지역중 하나이다. 연간 수많은 관광객이 입도하면서, 호텔, 상점 등 각종 상업시설이 물밀듯이 쏟아져 들어왔다. 또, 인구도 급격하게 증가하기 시작했는데, 이런 상황에 맞춰 트라이시클 등 교통수단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기 시작했다.
보라카이를 관통하는 메인도로의 한계(좁은 메인도로의 확장 불가)와 차량의 보라카이 반입 제한 규칙에 따라 트라이시클은 보라카이 내에서 차량의 위치를 대체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보라카이에는 가솔린을 넣고 가는 오토바이 트라이시클이 대부분이었다. 보라카이에 여행온 여행객들의 가장 큰 불만 중 하나는 트라이시클이 지독하게 뿜어내는 매연이었다.
필자가 가이드를 하던 2000년대 후반, 세를 들어 살고 있던 집의 주인이 보라카이 시의회 회원 이였는데 필자에게 현대에서 전기차를 생산한다며 꼭 소개해 달라던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이후 2010년부터 보라카이에는 서서히 전기 트라이시클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초창기에는 문제가 많았다. 충전 문제도 있었고 여러 브랜드의 전기 트라이시클이 뒤섞이기도 했다. 또, 기존의 트라이시클 기사들이 전기 트라이시클을 곳곳에서 견제하고 싸움이 나기도 했다.
이후 보라카이의 6개월 폐쇄와 코로나 2년을 거치면서 현재 보라카이의 트라이시클은 거의 완벽하게 전기 트라이시클로 대체되어 있는 상태이다. 또, 영업 허가나 차량 갱신에 대한 규제를 엄격하게 함으로써, 매연이 많이 나는 등 상태가 좋지 않은 트라이시클과 오토바이는 보라카이에서 퇴출되었다.
현재 보라카이의 전기 트라이시클은 협회에서 트라이시클 프랜차이즈를 구입 후, 전기 트라이시클을 구입하면 영업을 시작할 수 있는데, 확실한 수익이 보장되어 있기 때문에 거의 몇천만 원에 달하는 구입비와 영업 허가가 필요한데도, 현재 가능한 허가(남아있는 영업 허가 슬롯)가 없는 지경이라고 한다.
트라이시클 요금
필리핀의 교통수단 요금체계는 원래 가격은 정해져 있지만, 그 가격을 지키는 경우는 거의 없다. 특히 관광객에게는 더욱 그렇다. 필리핀의 낮은 임금 수준에 팁문화까지 더해지면서, 원래 가격보다 훨씬 더 비싼 가격을 받고 있다.
여행객들이 다른 승객들과 같이 타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 단독으로 트라이시클을 이용한다고 한다면 각반 항구에서 디몰까지 약 150~200페소 정도, 각반에서 샹그릴라 호텔이 있는 야팍까지 간다면 400~500페소 까지도 내야 하는 상황이다.
가까운 거리는 걸어가도 좋고, 먼 거리라면 꼭 흥정을 한 후 타도록 하자.
트라이시클은 필리핀에서 가장 많이 이용되는 교통수단이자 서민의 발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차량이 보급되지 않은 지방도시에서는 더욱 그렇다. 관광객에게도 단거리 이동이라면 무척 유용한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필리핀만의 고유한 교통수단인 트라이시클, 겁내지 말고 꼭 한번 타보고 사진도 찍어보도록 하자. 필리핀이라는 나라에서의 여행 추억을 하나 더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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