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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생활

필리핀의 청와대, 말라카냥 궁전

by 필리핀누리 2023. 4. 30.

 

필리핀의 백악관, 청와대 말라카냥 궁전

 

각 나라마다 그 나라를 대표하는, 특히 대통령이 거주하면서 업무를 보는 장소가 있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업무를 보는 백악관(화이트 하우스), 한국의 청와대, 프랑스의 엘리제 궁 등... 필리핀 역시 마찬가지. 현 대통령 봉봉 마르코스가 업무를 보는 곳이 바로 필리핀의 '말라카냥 궁'이다. 말라카냥 궁은 다른 나라의 대표 관저처럼 다양한 부대시설을 가지고 귀빈 접대 업무부터 다양한 행사 등을 진행할 수 있는 홀을 갖추고 있는 거대한 하나의 콤플렉스 단지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한강보다 조금 규모는 작지만 마닐라에도 마닐라를 통과하여 흐르는 강 하나가 있다. 강의 이름은 파식. 파식강을 따라 배를 타고 가다보면 강변에 하얀색의 건물 단지를 볼 수 있는데, 이곳이 바로 말라카냥 궁이다. 스페인 귀족의 여름별장으로 지어진 말라카냥 궁은 필리핀의 다사다난한 시대를 풍미했던 역사의 산 증인이자 기념비적인 장소임과 동시에 필리핀 사람들에게 박물관으로 개방되어(물론 보안상 사전 허가심사 후 관람만 진행)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마닐라의 핫 스폿 중 하나이다. 

 

우리가 필리핀 여행와서 채널을 돌리다 티브이에서 보게 되는 대부분의 필리핀 대통령의 연설이나, 내각 회의 등을 이 말라카냥에서 주최한다. 종합하자면 말라카냥 궁전은 역사 유적물이자, 필리핀 정계의 중심 또, 정부의 요충지로 표현할 수 있다. 

 

말라카냥 궁전의 역사

 

말라카냥 이라는 이름에 대한 어원은 명확지 않으나, 스페인 총독이 이 건물을 지은 이래로 1877년 스페인 역사가 펠리페 데 고반테스는 말라카냥이라는 뜻이, 따갈로그로 어부를 뜻하는 말라카한에서 유래하여 '어부의 쉼터'라는 뜻을 가진 이름이라고 해석하는 반면, 왕이 그곳에 있다는 뜻의 '마이 라카 디얀' 에서 이름을 따왔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말라카냥은 원래 스페인 총독의 관저로 원래는 돈 안토니오 로차라는 필리핀 귀족이 자신의 땅에 지었다고 한다. 무더위가 극심한 인트라무로스를 피해 시원한 파식강이 내려다 보이는 말라카냥은 매 여름마다 스페인에서 파견된 총독의 거주지가 되었다. 지진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각종 인테리어와 별관이 추가되었다. 미국의 식민 지배 시절에도 미국의 총독들의 거주지가 된 말라카냥은 계속되는 증축 공사로 더 넓은 부지를 확보하게 되었다. 

 

 

1935년 필리핀이 독립하면서 말라카냥은 공식적인 필리핀 대통령의 거주지가 되었으며, 일본 점령 시기에는 감옥으로 개조되어 이용되기도 하였다. 말라카냥은 2차 세계 대전 중에 전쟁에 거의 피해를 입지 않은 필리핀의 몇 안되는 역사적인 건물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필리핀 대통령들이 실제로 거주하는 말라카냥 궁은 현재는 많은 부분이 개방되어 있지만, 말라카냥 궁에서 가장 오래 머물렀다는 마르코스 대통령 시절까지만 해도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일반인들이 감히 접근하지 못하는 비밀에 쌓인 공간이기도 했다. 

 

1970년대 파식강이 오염되면서 생긴 수많은 모기 문제 때문에 말라카냥 궁전에 거주하는 대통령의 생활공간을 새로이 건축하여 업무실 바깥으로 빼내고, 본 건물은 박물관으로 개조하여 일반 대중에게 공개하는 등 국민과 더 친숙해지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기도 하다. 현재 필리핀 대통령은 말라카냥 궁전 안에 거주하고 있지 않다. 궁전 남서쪽 방향에 있는 '바하이 빵아랍(꿈의 집)'이라는 맨션에 거주하고 있다.

 

 

투어도 해 볼수 있다!

 

현재 말라카냥 궁은 백악관처럼 완전 개방은 아니어도 부분적으로 투어가 가능하다. 다녀와 본 분들에 의하면 많은 부분들이 개조가 되었기 때문에 무척 화려하긴 하지만, 고풍스러운 모습은 많이 사라졌다고 한다. 또, 일반 박물관처럼 아주 많은 전시품들이 있는 것은 아니고, 역사적인 기념품이 있긴 하지만, 볼거리가 아주 많은 것은 아니다. 단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말라카냥 궁을 직접 걸어본다는 것이 가장 큰 의미를 지니는 투어라고 할 수 있다. 

 

1층부터 2층에 이르는 전시실을 구경하게 되는데 안내원의 지시에 따라 움직여야 하며, 개별 자유 관광은 불가능하다. 마누엘 퀘존, 키리노, 오스메냐 등 필리핀의 전 대통령 이름을 딴 전시실을 관람하고, 최근까지 집무했던 두테르테 대통령의 집무실도 구경하게 된다. 구경 시간은 1시간에 불과하나 무료이고 친절한 설명을 해주기 때문에 박물관 등 역사적인 장소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한번 정도 꼭 가볼 만하다. 

 

일반 관광객이 언제나 갈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여권 사본과 견학 신청서를 작성해서 보내야만 관람 허가 신청을 받을 수 있다. 학교, 관공서 등의 견학장소로 많이 이용되기 때문에 2~3주 전에는 신청서를 보내야만 견학 허가가 떨어진다고 하니 참고하도록 하자. 방문시에는 슬리퍼, 반바지는 허용되지 않고 긴바지, 운동화, 구두 등을 신고가야 입장할 수 있다. 사진촬영은 가능하지만 동영상 촬영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말라카냥 궁전은 필리핀 정계의 중심이자 여러가지 역사적인 사건과 함께한 근현대사의 증거라고 할 수 있다. 과거 스페인 식민시대부터 오늘날의 마르코스 대통령 아들 봉봉 마르코스 대통령 시기까지. 마닐라에 좀 긴 시간이라도 여행을 오게 된다면, 또 필리핀에 살고 있는 교민이라면 꼭 한번 방문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장소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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