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의 동물들
과거 수백만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판게아 대륙에서 각 대륙들이 분리되어 바위 위로 흩어지게 되었다. 필리핀 역시 대륙의 일부였다가 분리되어 섬으로 변하게 되었다. 거의 무한에 가까운 시간이 흐르는 동안 바다가 차올랐으나, 일정 시점까지는 대륙에서 고대 필리핀의 땅으로 연결된 통로로 많은 동물들이 들어오게 되었다. 공룡의 황혼기였던 백악기를 지나 신생대에 접어들면서, 다양한 공룡들이 멸종되고, 필리핀에는 거대 대륙에 살았던 호랑이, 코뿔소, 코끼리 등이 필리핀 섬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먹을게 그다지 풍부하지 않았던 필리핀의 섬 안에서 원래는 거대한 동물이였던 호랑이, 코끼리 등은 제한된 생태계로 인해서 점점 소형화되다 결국에는 모두 멸종하고 말았다.
현재 필리핀의 생태계는 고대 물소의 후손인 카라바오 소, 아주 적은 수만 생존하고 있는 야생 원숭이 등 아시아 대륙의 생태계에 비해 종류나 숫자 모두 굉장히 제한적인 상태에 놓여 있으며, 아시아 대륙의 늑대나 남미의 퓨마 등 상위 포식자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 상태이다.
지금 남아있는 필리핀의 유일한 육식 상위 포식자이자, 인간의 친구로 몇백만년을 같이 해온 육상 동물 중의 하나가 바로 우리가 흔히 필리핀에서 볼 수 있는 '아즈칼'. 필리핀의 토종개라고 할 수 있다. 아즈칼이라는 이름은 거리를 배회하는 개라는 뜻을 포함하고 있기도 해서, 필리핀 애견 협회 등에서는 아스핀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제안한 바 있다.
많은 민족들과 융합하여 다양한 혼혈이 존재하는 필리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아즈칼 역시 다양한 나라에서 온 다양한 품종들과 혼합되어 오늘날의 아즈칼 품종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아즈칼의 유전자는 여러 국가에서 온 개의 다양한 형질을 가지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다리가 길고 머리가 작고 털이 짧은 '그레이 하운드형' 의 외모를 지닌 경우가 많다고 한다. 또, 순혈 품종에 비해 아즈칼 개는 잡종 교배가 된 상태라 질병에도 더 강인하고 지능도 높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필리핀인의 친구 아즈칼
아즈칼은 관상용으로 키우는 개가 아니고, 경비용, 애완용, 때로 필리핀 일부 지역에서는 식용으로 기르는 경우도 많다. 아즈칼에 대한 대우는 한국의 '똥개' 정도의 개념인데, 한국의 똥개와 마찬가지로 따로 묶어두지 않고 키우게 되며, 따로 관리하지 않아도 주인 가족과 잘 어울리고 다른 이웃집 개들과의 친화력도 좋은 편이다.
아즈칼은 영역에 대한 경비 의식도 강해서 보통 시골집이나 외딴 집에서 경비견으로 많이 기르는데, 낮에는 할일 없이 늘어져 자고 놀기 좋아하지만, 밤에 낯선 사람들이 침입할 경우, 큰소리로 짖거나 경계하여 도둑이나 강도를 예방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된다.
예전 한국의 길거리 개들과 같이 길잃은 아즈칼들이 거리를 배회하여 위생적, 안전 면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필리핀의 더운 날씨에 관리되지 않은 아즈칼들이 피부병을 옮기거나 가끔 사람을 물어서 광견병(공수병) 같은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그래서 필리핀 각 병원에는 24시간 광견병 센터가 항상 마련되어 있다. 이런 아즈칼들이 필리핀 전국적으로 1200만 마리나 된다고 하지만, 인력 부족, 예산 부족으로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아스칼들은 일반 개와 마찬가지로 쉽게 임신하고 한배에 6마리 정도의 새끼를 낳는다. 새끼가 점점 늘어나면 이들을 관리하는 것도 골치 아픈 일이기 때문에 이웃집에 그냥 주기도 한다.
아즈칼과 관련된 일화
사람과 친하며 주인에게 충성을 다하는 아즈칼이기 때문에 여러가지 미담도 많이 들려오곤 한다. 주인집 아기를 구하려다가 주둥이를 잃은 아즈칼 카방, 죽은 주인을 기다리다 차에 치여 죽게 된 아즈칼 부보이, 주인을 찾으려 수천 킬로미터를 헤엄쳐온 분로드 등, 한국의 진돗개와 비교해도 충성심이나 주인에 대한 사랑은 전혀 부족하지 않다.
이런 친숙함, 때때로 보여주는 용맹스러움 등은 아즈칼이 필리핀 사람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되게 한 이유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서 아즈칼은 필리핀 축구 국가대표팀의 공식 엠블럼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필리핀에 여행오면 언제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필리핀 개 아즈칼. 더운 날씨에 낮에는 항상 잠을 자거나 기운없는 모습을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용맹스럽고 충성스러운 면모를 갖추고 있다. 먹을 것을 가리지 않으니, 간식거리를 주면서 친해져 보는 것도 좋다. 단,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아즈칼들은 피부병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도 있으니 여행와서 함부로 만지는 것은 좀 조심하도록 하자. 혹시 길거리에서 아즈칼에게 물린다면 빨리 근처 병원의 래비스 센터(공수병 치료센터)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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