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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생활

필리핀에서의 한국 핸드폰과 중국 핸드폰

by 필리핀누리 2023. 6. 13.

 

(필자의 필리핀에서의 기억에 기반한 것으로 틀린점이 많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핸드폰, 누구나 가지고 있고, 현대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도구라고 할 수 있다. 주위와의 연락 및

모든 일정을 체크하는 용도는 물론이고, 사진 촬영, 음악감상, 영화 감상 등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오늘날의

신기라고 해야 할까? 한국은 물론이고 필리핀에서도 휴대폰은 많은 가치를 가지고 있다. 특히 인터넷망이

잘 깔려있지 않아 핸드폰 데이터로 통신해야만 하는 환경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휴대폰은 단순히 도구 이상의

생존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또, 핸드폰은 필리핀에서는 신분을 확인하는 용도로도 사용된다. 국민 대다수가 핸드폰을 가지고 있다보니,

지캐시(필리핀의 카카오뱅크라 할 만하다)등의 OTP 체크도 핸드폰으로 진행된다. 물건 구입, 은행 업무에도

당연하게 쓰이는 핸드폰은 필리핀에서는 필수적인 기계라 할 수 있겠다.

 

 

노키아 시대

 

과거 2000년대 초중반, 필리핀 생활을 했던 필자는 사실 그 전 세대의 통신 수단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한국처럼

전화기를 사용했다고 하기도 하고, 삐삐 시절이 있었다고 듣기도 했었다. 다만, 필자가 필리핀에 첫 발걸음을

내딛었던 2000년대 중반만 해도, 와이파이나 핸드폰 데이터와 같은 문물, 시설은 사실 거의 전파가 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때는 '키패드 폰'이라고 하여 두껍고 큼지막한 핸드폰에 숫자 단추가 달려있고, 이것을 눌러서 전화나

문자를 주고받는 역할을 하는 핸드폰을 사용하는 시절이였다.

 

흔히 말하는 피쳐폰이라고 해야 할까? '벽돌'이라고도 불리는 이 노키아 폰은 내구성이외에도 잘터지고 오래간다

라는 이미지로 많은 필리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고, 이 와중 심카드를 두개 넣는 폰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필리핀에서

사귄 친구들과 영어공부를 빙자한 문자연습을 많이 했던 기억이 난다. 나중에는 숫자가 새겨진 단추가 닳아서 글자가

안보일 정도가 되었는데도, 이미 글자 위치를 다 외어버려서 한손으로도 문자를 보냈던 기억이 있다.

 

또, 이당시 핸드폰의 카메라도 볼만했는데, 200~300만 화소에 지나지 않는, 외곽선만 구별할 수 있는 사진임에도

감탄하면서 이리저리 들고다니며 많은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있다.

 

 

노키아 폰은 점점 진화하여, 초기의 단순하고 멋없던 모습을 버리고 좀더 예쁘고 날씬한 모습을 갖추고 나오기 시작했다.

이때 많이 가지고 싶었던 폰이 바로 '블랙베리'. 멋진 키패드와 트랙볼이 갖춰진 모습은 항상 벽돌 모양의 노키아 폰만

쓰던 나에게 무척이나 멋있는 매력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단, 당시 가격이 너무 비싸서 구매는 하지 못하고 군침만

흘렸던 기억이 선명하다.

 

 

또, 이 당시 한국에서 폰을 필리핀으로 가지고 가지고 간 여행객이나 교민이 많았는데, 한국핸드폰을 필리핀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심카드 변환막같은 것을 사용했던 기억이 있다. 얇은 막으로 되어 필리핀 심카드를 막과 함께 한국 핸드폰에

끼우게 되면 한국 핸드폰이 필리핀 심카드 신호를 잡아 한국폰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기계 장치였다.

 

한국 핸드폰의 전성기

시간이 좀더 지나고 2010년대초가 되면서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한다. 애플에서 '아이폰'이라는 것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더이상 구식의 버튼 폰이 아니고, 터치를 해서 사용할 수 있는 '멀티미디어'가 가능한 폰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당연히,

이런 폰은 한국에서도 큰 화제가 되어, 삼성 등의 회사에서 본격적으로 아이폰에 대항하기 위한 폰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때 발매된 폰이 바로 갤럭시 S 시리즈의 시작이며, 지금도 많이 회자되고 있는 노트 시리즈도 이때부터 출시가 되기

시작했다. 이때, 핸드폰의 내장용량, 카메라, 편의 기능등이 일신되어 지금도 핸드폰에서 기본적으로 쓰이는 모든 기능이

사실 이때 완성되었다고 할 정도로 터치형 핸드폰의 기반이 만들어진 때가 바로 이때라고 기억된다.

 

블랙잭과 옴니아

 

갤럭시 전 모델이 옴니아, 블랙잭이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블랙잭은 약간 블랙베리 풍의 키패드 폰으로, 키패드 폰의

황혼기에 발매되었던 모델로 기억한다. 당시 보라카이에 살던 필자도 주변의 부자(?)들이 사용하는 것을 몇번 보기도

하였다. 옴니아는 햅틱등의 터치 초기 모델에서 더 발전한 폰으로 '애국마케팅'으로 많은 사람들의 호응과 지탄을 동시에

받기도 했던 모델이였다. 이런 초기 한국 핸드폰의 실패 후, 삼성에서 절치부심해서 만든 '갤럭시'폰이 필리핀에

유입되기 시작했다.

 

한국 핸드폰에 대해 여러가지 감정을 가진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때로는 못쓸 물건. 아니면 가성비 대비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는 물건.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당시에도 그랬고, 현재도 세계 시장 점유율에서 한국 핸드폰이

차지하는 위치를 생각해본다면 한국의 핸드폰 제작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생각된다. 2010년 즈음에도 역시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는지, 또, 당시까지만 해도 중국폰은 한국폰의 아류, 아직 철못만난 짝퉁 기계류에

불과해서 그랬는지, 한국 핸드폰의 필리핀에서의 시장 가치가 무섭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또, 만듬새나 소프트웨어가 당시에는 무척이나 비쌌던 아이폰에 버금간다는 사용자들의 입소문이 퍼지면서 한국폰에

대한 필리핀 사람들의 욕구가 무섭게 올라가기 시작한다. 중고 시장에서 쉽게 한국 핸드폰을 찾아볼 수 있었고,

매년 출시되는 삼성 핸드폰은 아이폰과 쌍벽을 이뤄 필리핀 핸드폰 시장을 양분하다시피 했다. 이때 한국에서

중고 공기계를 들여와 팔았던 분들도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국폰을 가지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았고, 친한 친구,

연인, 필리핀 가족에게 한국핸드폰을 선물하는 것이 하나의 유행이 될만큼 많은 사람들이 한국 핸드폰을 즐겨

사용하고 소유하게 되었다. 그 인기만큼이나 중국제 한국 핸드폰의 '짝퉁'도 많이 볼 수 있던 시기였다.

 

한쪽에 레이카 마크가 선명하다.

 

'산자이'문화. 중국상인들의 표현으로 좋은 물건을 더 싸게 만들어 공급하여 더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다는데, 말 그대로 '짝퉁'을 만들어 판매한다는 뜻이다. 짝퉁 제품은 듣기에는 웃기지만, 사실

'리버스 엔지니어링'이라는 공법으로 엄연히 현대 제조업에서도 사용되는 상품 제조 기법이다. 현재 잘 팔리고 있는

물건을 사다 분해하고 재조립해, 배울것은 배우고 필요없는 부분은 쳐낸다....그런 정신으로 중국이 자국 핸드폰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한국 언론에서는 삼성 폴더의 베끼기 라고만 하고 있지만, 세계의 평가도 과연 그럴까? N 시리즈는 더 작고 가볍고 60와트의 빠른 충전속도를 가지고 있다.

 

이때부터 태동한 브랜드가 지금은 전세계적으로 유명해진 화웨이, 비보 등으로, 현재도 무섭게 삼성과 경쟁하고 있는

중국 브랜드라고 볼 수 있다. 한국에서도 비와이 폰이라고 불린 화웨이의 P9 시리즈는 P 시리즈의 초기 모델과 다르게 모노크롬 흑백렌즈, 라이카 브랜드 협업등으로 감히(?) 삼성의 본고장인 한국에 자신의 핸드폰을 판매해 보려고 했던 시도였다고 기억된다.

 

샤오미는 철저한 등급 구분으로 ULTRA 부터 REDMI 등급까지 다양한 핸드폰을 만들어내고 있다.

중국 핸드폰이 이제는 더 먹어준다.

2010년대 중반을 넘어가면서 이제 중국에서도 본격적인 핸드폰이 출시되기 시작했다. 필자의 기억에 남는 핸드폰은 바로

포코폰으로 당시 갤럭시 노트 9과 비슷한 스펙으로 훨씬 더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었던 상품으로, 한국에서도 일부 매니아

층이 썻던 폰으로 기억한다. 당시 디시 인사이드라는 사이트에서 '그래도 한국폰이지' 라는 내용으로 조리돌림 당한 폰으로

사실 스펙에 비해 너무 심한 비난을 받았던 폰이다.

 

필리핀 사람들은 아주 실용적이며, 가격대비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습성이 있다. 그것은 필리핀 사람들의 적은 월급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들의 평소 습관들, 망가져도 심지어 '부서질'때까지 쓰는 습관, 평소 DIY를 하는 습관들이

모여 적은 금액으로 최대한의 퍼포먼스를 뽑아내는 기기를 좋아한다. 이것은 한국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지만, 필리핀 브랜드

의 핸드폰이 전무한 상황에서(지금도 체리 모바일 등의 브랜드가 있긴 하지만 점유율도, 인지도도 거의 미미한 수준이다),

어디의 브랜드건 간에 자신을 만족시키는 퍼포먼스를 보여준다면 그것이 바로 좋은 물건이라는 관념이 있다.

 

이런 필리핀사람들에게 중국 폰이 점점 먹혀들어가기 시작했다. 또, 공격적인 마케팅, 판매전략을 기본으로 하는 오포 등의

매장을 중심으로 점점 좋은 성능을 가진 핸드폰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국가에서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는 중국의 특성상

'손해'를 보더라도 아주 적은 이윤, 때로는 적자를 보면서 만들어낸 중국제 핸드폰에 정상적인 유통과정을 거쳐 제작된 한국의 핸드폰이 대항할 길이 마땅치 않아보였다. 또, 플래그 십을 기준으로 수많은 하위모델이 만들어져 중저가 소비자층을

공략하기 시작한 중국 핸드폰의 공세가 매서웠다. 중국 핸드폰의 점유율 상승은 필리핀 뿐 아니라 사실 전세계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LG 가 핸드폰 사업을 접고 삼성이 A시리즈 및 하위 모델을 만들면서 분투하고 있는 있는 현재는 2023년. 더이상 소비자들은

플래그십의 핸드폰만을 찾지 않는다. 저렴하고 빠르고 좋은 핸드폰은 어디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핸드폰의 특징인 심한 감가상각은 필리핀 사람들에게 있어, 굳이 품질좋은 한국산 핸드폰을 사지 않아도 된다는, 혹은 나중에 중고를 사도 된다는 생각을 깊이 심어주게 되었다.

 

최신 중국 플래그십 폰에는 이제 IMX 989 1인치 센서는 기본 사양이 되었다.

 

또, 최근의 핸드폰 스펙을 보면, 이제 오히려 시장의 신기술과 최고 부품만을 고집하던 삼성이 중국제 핸드폰에 밀리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현재 최신 중국폰에서 차용하고 있는 소니 IMX989 카메라 센서의 1인치 카메라 스펙은 삼성

S23 울트라의 1.3인치 센서보다 더 크고, 좋은 평가를 받는 부분이 있다. 판형이 깡패라는 카메라계의 진리처럼 물론, 모든

사람들이 동의하지는 않겠지만, 이제는 스펙만으로 중국폰을 누르던 시대는 가버린 것이다. 삼성급의 회사가 몇개나 되는,

(비보, 화웨이, 샤오미, 오포 등 이 모든 회사에서 최신폰을 출시하고 있다)중국과의 경쟁에서 지지 않으려면 삼성은 갤럭시

S를 처음 만들던 시절의 몇배나 되는 혁신을 감수해야 할지 모른다. 이 와중에도 계속 터졌던 GOS 사태 등은 필리핀 뉴스에서도 이미 대서특필하여 시장 선두권의 지위를 유지하려면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알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핸드폰은 이제 컴퓨터를, 노트북을 넘어 사람과 가장 가깝고 사람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전자 기기이다. 또, 전세계 사람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기계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치열한 경쟁을 하는 시장을 가진 상품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한국이 모든 역경과 불합리함을 이겨내고 한국제 핸드폰의 점유율을 전세계에 올린 것만 해도 엄청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한국핸드폰은 전례없는 위기를 맞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저가 중국 핸드폰과 고가의 이미지를 확실히 굳힌 아이폰 사이에서 과연 홀로남은 갤럭시 폰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부디 쉽지 않겠지만, 폴더폰과 같은 새로운 혁신을 통해 노키아 핸드폰의 전철을 밟지 말고 새로운 핸드폰 시장을 개척, 혹은 선두 자리를 유지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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