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키지여행
여행, 듣기만 해도 가슴 설레고 신나는 일정. 처음 가보는 이국의 여행지, 혹은 많이 가봤던 해외의 거리라도 내가 사는 곳을 벗어나 단 며칠간이지만, 여행 멤버들과 함께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다. 여행을 가기 위해 새 카메라도 준비하고 옷도 사고,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 즐겁게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서도 가슴 벅찬 설렘은 우리를 너무나 기쁘게 한다.
여행을 가기 위해 당연히 비행기표를 끊고, 호텔을 예약한다. 얼핏 들으면 쉽고 간단해 보이지만, 실제로 여러 가지 예약을 진행하려다 보면 겁도 나고, 잘못 끊었다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되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그런 일들이 뉴스에 나오기도 했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이미 호텔과 비행기가 예약되어 있는 패키지여행을 선택하게 된다.
요즘 들어서는 영어를 잘하는 사람도 많고,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아무 문제 없이 여행지에 관련해 예약을 하고 바로 출국하는 경우도 많지만, 실제로 십여 년 전만 하더라도 자유여행보다 패키지여행의 점유율이 훨씬 높은 상태였다. 패키지여행을 가게 되면 이런 과정을 모두 생략하는데다, 한국인 가이드까지 동행하니 안심도 되고 편했던 것이 사실이다.
또, 가격적인 면을 무시할 수 없는데, 현재도 그런진 잘 모르겠지만, 예전 종이 신문을 많이 봤던 시대에는 종이 신문 한구석에 항상 패키지 여행 광고가 실리곤 했었다. 어릴 적, 아무것도 모르던 나도 해외 패키지여행을 단돈 몇십만원이면 갈 수 있다는 문구를 보고 얼마나 가슴 설렜는지 모른다. 해외를 이렇게 싼 가격에 갈 수 있다니...언젠가는 꼭 해외에 나가보리라 생각했었다.
어른이 되고 처음 패키지 여행을 중국으로 갔었다. 중국 동포 분이 가이드로 나오셨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점이 있었다. 처음 보는 관광지, 열정적인 설명은 너무 감사했지만, 일정 중간중간 관광을 하면서 돈을 내야 한다고 했고, 물건을 구입하는 곳으로 우리 일행을 데리고 갔던 것이다. 당시는 아무것도 모르고, 화려한 샵에 다양한 상품 아이템만 보고 나왔다.
그 후, 수년이 지나 나는 여행업에 관련된 일을 하게 되었다. 당시 여행업에 대해 100% 안다고 자신할 수는 없어도 80% 정도는 아는 것 같다. 그때 사귄 대만, 중국에서 온 가이드 친구들을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도중, 모든 나라의 패키지여행이라는 것은 사실 어느 정도 비슷하고, 또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코로나 시기, 약속이 있어서 서울 마포에 갔다. 약속시간보다 좀 더 빨리 가게 되어 이리저리 둘러보던 도중, 강변에 자리 잡고 있는 멋있는 '무역센터' 건물을 보게 되었다. 그 건물을 보는 순간,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되면서 패키지여행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패키지여행을 처음 가는 사람이 아니라면 패키지 여행이 대충 어떤 구조로 돌아가리라는 것은 다들 알고 있다. 또, 패키지 여행에 좋은 감정을, 혹은 안좋은 감정을 가진 사람도 있지만, 모든 일에는 양면이 있듯이 패키지 여행도 어떻게 가느냐에 따라 좋은 선택지 혹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이 된다.
패키지 여행 수익구조
패키지여행은 한국에서 상품을 만드는 구조가 아니다. 여행지 현지 여행사에서 상품을 만들어서 한국 여행사에 상품을 영업하러 가게 되는데, 당연히 비행기와 호텔만 넣을 수는 없으니 약간의 관광에 대한 일정을 넣어서 한국 여행사에 가져간다. 이 한국 여행사들이 하나투어, 모두투어 등 우리가 들었던 여행사들이다.
당연히 현지 상품을 소개하는 여행사가 한두 군데가 아니니, 가격 경쟁이 일어나게 된다. 비행기, 호텔 원가를 맞춰서 가격을 책정하면, 아무리 저렴하게 구입해도 100만 원에 가까워지기 때문에, 여기서 출혈 경쟁을 해서 100만 원을 최대한 낮춰서 50~60만 원, 때로는 30~40만 원으로 만들기도 한다.
한국 여행사 지역 담당 팀장을 먼저 만나서 영업을 해야 하는데, 당연히 다양한 경로로 한국 여행사 담당자를 만족시켜 줘야만 손님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 과정에서 술도 마시고, 밥도 먹고, 선물도 주고 이런저런 일을 한다. 이렇게 해도 문전박대당하는 일도 많다. 성공한다면 일단 손님 확보는 되는 것이다. 간신히 계약을 따내게 돼도 몇 가지 산이 더 남아있다.
이 과정에서 현지 여행사 사장님들이 손님을 받으면 그때, 호텔과 비행기를 예약하는 것이 아니다. 호텔과 비행기는 미리 많은 양을 확보해 놔야, 손님도 받을 수 있고, 대량구매로 조금이나마 할인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돈을 빌려서라도 호텔과 비행기 물량을 확보해 놓는다. 이 금액이 만만치 않다 시즌별로 최소 2~3억 정도는 만들어 놔야 한국에서 오는 물량을 소화할 수 있게 된다.
비행기 좌석과 호텔을 예약하는 과정에서 항공사와 현지 호텔 측에서 갑질을 당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항공사에서 이번 시즌에 몇백 좌석을 구입하지 않으면, 다음 시즌에는 좌석을 판매하지 않겠다는 등의 협박을 당하기도 한다.
현지를 보자. 현지에서 들어가는 사무실 비용, 직원들 인건비 등등 여러 가지를 고려하면 한국에서 이미 손해를 보고 팀을 받았기 때문에, 이미 재정상태는 마이너스에서 시작하게 된다. 그런데, 패키지 여행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한국인 가이드도 붙여야 하고 이런저런 신경쓸 거리가 많다. 이 부분에서 문제는 발생한다.
현지에서 손님에게 수익을 남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하나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선택관광과 물건판매로 손해를 메꾸고 이윤을 남겨야만 다음 시즌에도 여행사 생존이 가능한 것이다.
자세한 사정을 모르거나, 아니면 사정을 알더라도 손님이 판매자 사정까지 고려해 줘야 하나 하는 다툼은 항상 이 부분에서 일어난다. 월급이 없는 가이드(실제로 월급 자체가 없고, 월급을 받는다면 정말 특별한 경우에 속한다, 또 실적이 좋지 않으면 가이드는 당연히 좋은 팀을 회사로부터 배정받을 수 없다, 실적이 아예 없다면 가이드 본인의 인건비, 여행사 적자를 포함해 여러가지 막심한 손해가 발생하게 된다)는 당연히 선택관광과 상품 판매를 해서 마진을 남겨야 현지 생존이 가능한 것이고, 가이드가 수익을 남겨야 현지 여행사도 그 이윤을 나눠 가져 계속적인 운영을 할 수 있다. 당연히 손님에게 이런 부분을 소개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손님은 이 부분에서 불쾌함을 느껴 수십 년 동안 계속 이 부분에서 문제가 생겼던 것이다.
현지 가이드 기사 팁이라는 항목도 허울 좋은 명목에 불과하다. 그 돈은 사실 팁이 아닌 현지에서 관광객들의 일정을 진행하는 데 일정비로 모두 소모된다. 이런 사정을 모두 아는 여행 고수들은 차라리 자유여행을 택하거나 아니면 패키지여행을 싸게 간 것을 알기 때문에 현지에서 적당히 타협해서 기분 상할 일을 만들지 않기도 한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많이들 오해하는 것 하나. 더 비싸게 주고 가면 그만큼 대접받을 것이라는 생각. 이 생각 정말 오해다. 가격이 비싸면 현지 여행사의 손해는 조금 줄어들지언정, 실제 현장에서 만나는 가이드에게는 전혀 영향이 가지 않는다. 차라리 저렴하게 가서 가이드에게 잘해주는 것이 더 좋은 여행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럼 모두가 생각한다. 정당한 가격을 주고 정당하게 여행을 가는 상품을 만들면 되는 것 아닌가? 왜 싸게 팔려고면 해서 문제가 생길까? 사실 여행업계에 종사하는 그 누구도 이런 부분을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자유 경쟁 사회에서 이런 일은 불가능하다. 내가 정직하게 마진을 조금 포함해서 가격을 내놓게 되면, 누군가는 항상 더 낮은 가격에 상품을 만들고, 내 상품은 아무도 선택하지 않게 된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정상적인 가격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패키지여행 잘 가는 법
그럼 패키지여행을 어떻게 가야 할까? 패키지 여행은 정말 바빠서 호텔, 항공 예약을 직접 하기 힘든 분들, 아니면 가족여행인데 현지에 대한 정보를 잘 몰라 한국인 가이드에게 도움을 받고 싶은 분들, 나이가 많은 분들이 선택하기에 좋은 여행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젊고, 영어도 잘 되고, 딱히 현지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면, 차라리 자유여행사를 선택해서 여행을 가는 것이 훨씬 좋은 여행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패키지 여행을 가게 되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여행 가이드이다. 가이드의 기분이나 여행 진행 방식에 따라 여행의 성공이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패키지 여행 사정에 대해 잘 아는 여행객이라면, 차라리 여행가이드와 괜히 다투기보다는 잘 이야기해서 저렴하게 현지 관광을 즐기는 편이 좋다. 인터넷에서 아무리 찾아본 정보가 있어도 현지 사는 가이드와는 질적인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가이드와 이야기만 잘 해서 할인을 받아 현지 일정을 진행하는 것이 좋고, 일정 가이드 팁을 약속하고 일정을 조정해서 진행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일 것이다. 또, 귀국시 선물을 사야 한다면 가이드에게 잘 이야기 해서 보다 저렴한 가격에 좋은 상품을 구매할 수도 있다.
또, 현지에 아무도 모르는 분위기 좋은 장소를 추천받을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이 받지 못하는 다양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현지 한국인 가이드에 대해 좋지 않게 생각하는 경우도 있지만, 가이드야 말로 현지의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결론
패키지여행은 여행의 한 형태로 자리잡은지 오래이다. 아마 수십년이 지나도 패키지 여행이라는 여행 방식은 가격의 저렴성, 여행의 편리함 등으로 여행형태의 점유율은 줄어들 지언정, 없어지지는 않을 듯 하다. 우리보다 10년 이상 여행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유럽이나 일본도 아직도 패키지 여행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패키지여행, 부정적으로만 보지 말고, 여행을 즐겁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된다면, 오히려 자유여행보다 더 즐겁고 신나는 일정을 보낼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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