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의 성소수자
필리핀에 살아가면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 중 하나는 바로 필리핀의 성소수자에 대한 것들이다. 여행사 일을 하면서
봤던 어메이징 쇼에 나오는 넓은 어깨의 누나들을 보면서 도대체 저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일까 궁금해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짙은 화장에 눈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두꺼운 마스카라 등, 도저히 구분이 안되어 그냥 운동을 많이 한 여자인가
보다 생각했지만, 후에 그들이 여자가 아니고 남자라는 말을 들었을때 필리핀에 온 뒤로 순위 안에 꼽을 정도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필리핀 사람들의 개방성과 문화 존중성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 현지어로는 '빠끌라'라고 하는 제3의 성이다.
'빠끌라'는 남성이면서 여성성을 지향하는, 한국으로 따지면 남자 게이라고 할 수 있다. 빠끌라는 사회 생활을 하다 보면
어디서든 볼 수 있으며, 서비스 직부터 시작해서 정치계, 연예계에 이르기까지 없는 곳이 없다고 할 수 있다. 빠끌라는
현지인들 사이에서 무시당하거나 경멸되기보다는 사회의 한 축으로 남성도 아니고 여성도 아니지만, 새로운 하나의 성으로
암묵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필리핀에서 가장 대중적인 성은 남자, 여자가아니고, 남자, 여자, 빠끌라, 톰보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왜 빠끌라가 되는가?
왜 빠끌라가 되는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빠끌라는 선천적인 것이 아니며 후천적으로 발달된 성이라는 의견을 펴는 사람들이 있다. 과거 스페인 시절부터 필리핀
사람들의 독립의지를 억누르기 위해 여자들 위주로 교육을 시켰고, 여자들이 관리직 등 돈을 더 잘 버는 위치에 올라서면서
이런 문화가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오고 있기 때문에, 가정에서 이런 여성들을 롤 모델로 하여 무능력한 아버지보다는
어머니의 모습을 자신에게 투영해 어머니를 따라했기 때문에 후천적인 게이가 된다는 설을 내세우는 사람들이 있다.
혹은 빠끌라는 이미 어머니의 몸속에서부터 결정된 것이며, 어머니의 뱃속에서 염색체가 원초적인 여성에서 남성으로
변해가는 과정에 있어 어떤 작용이 발생하여 빠끌라의 성향을 띠고 커가면서 점점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는 설도 있다.
아니라면, 역사적으로 하나의 바랑가이 내에서 계속적인 통혼, 근친이 이루어지다 보니 염색체의 정상적인 성장이 일어나지
못해 이런 부분에서 다양한 성적 증후군의 문제가 발생하여 빠끌라가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빠끌라에 대한 내용은 많지만 빠끌라는 분명 필리핀 사회에 존재하며, 필리핀 사람들이 '바카다'라고 부르는 친한 친구
모임에서 한명 이상의 빠끌라가 무리를 재밌게 하고 다양한 엔터테인먼트적인 측면을 담당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빠끌라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다 보니, 못 사는 가정이건 잘 사는 가정이건 빠끌라가 집안에 한 명 이상은
꼭 있다. 이들이 사회적인 영향을 받은 것인지, 아니면 어떤 환경적인 영향 때문인지는 불분명하지만, 그래서 빠끌라라는
존재를 무시하고 경멸할 수 없다는 이유도 있다고 한다.
빠끌라는 어떤 사람들이 있는가?
필리핀의 빠끌라는 실제로 게이인 경우도 물론 있지만, 생계형인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예전 인터넷에서 큰 밈이 되었던 '빌리 헤링턴(근육질의 동성애 포르노 배우)' 처럼 원래는 분명한 남자이지만 돈벌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게이의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각종 쇼 프로그램이나 동네 행사에 진행자나 가수로 출연하는데,
짙은 화장을 하고 가짜 의상을 입고 나가지만, 일이 끝나고 화장을 지우면 남자의 모습으로 돌아와 자신의 가정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물론 아내와 아이는 당연히 있다.
또, 한가지는 겉보기엔 완전히 근육질의 잘생긴 마초 남성인데 알고 보면 게이인 경우이다. 이 경우는 자신의 사회적 지위나
본인의 취향이 있기 때문에 여성처럼 입거나 행동하는 것은 거부하지만 성적 지향성이 확실해서 여자에게는 끌리지 않고, 남자에게 끌리는 스타일이라고 한다. 보통 사회적으로 성공했지만, 여자친구에 대한 루머가 전혀 없는 필리핀 연예인들이
이런 빠끌라가 아니냐는 의심을 사곤 한다.
위장형 빠끌라도 있다. 별 인기 없게 생긴 평범한 필리핀 남자가 빠끌라 행세를 하면서 여자 무리에 은근슬쩍 끼여 들어간다는 내용을 담은 코미디도 있을 정도로 이런 부류도 꽤 된다고 한다.
그리고 빠끌라를 트랜스 젠더의 상위 분류로 봐도 되냐는 의견이 많은데, 정확한 LGBT의 분류에 따르면 전혀 다른 카테고리에 속하는 성이지만, 필리핀에서는 그런 구분 없이 트랜스 젠더를 그냥 빠끌라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빠끌라들은 무척 예민하고 섬세하여 주로 엔터나 미술 등 연예계쪽 직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에서도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한국인 필리핀연예인 라이언 방의 가장 친한 연예인 중 한 명인 '바이스 간다'는 필리핀 톱 빠끌라라고 할 정도로 본인의 능력으로 한국의 유재석급 인기를 자랑하는 자리에까지 올라간 전설적인 게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유명한 정체인들이 자신의 지위 때문에 가짜 부인을 두고 실제로는 남자 애인과 함께 사는 경우가 가끔씩 폭로되기도 한다.
필리핀의 이대근이라 할 수 있는 마초 배우, '로빈 파딜라'의 형인 루스톰 파딜라라는 액션배우가 탑배우로 잘 나가고 있을 때, 갑자기 성적 지향성을 깨달았다며, 갑자기 수술을 하고 나타나 부인과 이혼하고 빠끌라로 변해서 살아가는 이야기는 지금도 유명하다.
이 빠끌라라는 3의 성은 태국의 꺼떠이, 브라질 등지의 게이 등과도 비교할 수 있고 더운 열대 지방 근처에 걸쳐 온대, 한대 지방보다 많이 발생한다고 하는데, 과연 이런 부분이 기후와 관련이 있는 것인지도 연구되고 있는 부분이 많다.
필리핀에 처음 오면 이 빠끌라들을 보고 놀라고, 무서워하고, 거리를 두는 경우도 많다. 또, 마냥 필리핀 사회에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일반적인 직장에서는 이들을 쉽게 고용해 주지 않는 경우도 많아, 경제적인 문제로 범죄를 저지르기도 하는데, 필자 본인도 처음 필리핀에 왔을 때 이들을 보고 무척 놀랐던 기억이 난다. 얼굴은 완전히 마초인데 화장을 진하게 한 모습을 보고 무척 당황했었다. 그러나 게이일 뿐이지, 그들의 마음씀씀이나 성격등은 오히려 일반 필리핀 사람에 대해 더 다정해서 두 번 놀랐던 기억이 있다.
나름 의리도 있어서 한번 확실하게 친구가 되면 많이 도와주는 편이기도 하다. 또, 자신만의 남자 취향이 확실해서 미남을 무척 좋아하는데, 네가 잘생겼다고 생각하냐며 나를 놀렸던 빠끌라 친구도 있다.
빠끌라라는 문화는 분명히 필리핀과 떼어 생각할 수 없는 필리핀의 일부이다. 여행중, 혹은 체류 중에 이 빠끌라들을 본다면 너무 거리를 두지 말고 보통 필리핀 사람처럼 편하게 다가가 보자. 한국인이 몰랐던 필리핀 문화의 한 부분을 이들과 친구가 돼서 직접 경험해 보는 것도 좋은 기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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