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혜화동 마켓의 역사
조선 후기의 한국 천주교 역사의 시작. 그리고 성균관 근처의 반촌에 1900년대 초반 설립된 베네딕토 수도원 근처에 독일인들이 모여들면서 생활에 필요한 각종 상점과 학교, 그리고 정식 성당을 갖추게 되었다. 이후, 일본강점기, 해방, 전쟁등을 거치며 독일인들이 떠난 이 자리에는 혜화동 천주교 성당이 들어서게 된다.
군사 정권이 끝나면서 해외와의 교류가 시작되고, 1996년부터 필리핀 신부님이 필리핀의 국어인 따갈로그로 필리핀 미사를 시작한 것을 계기로 천주교가 국교인 많은 필리핀 사람들이 이곳에 모이는 계기가 되었다. 매년 필리핀 해외 선교회에서 필리핀인이 거주하는 국가에 사제를 파견하여 관리를 하고 있다고 한다. 과거 서울을 중심으로 한국거주 필리핀인들이 많이 살았던 시절에는 매 주말 2000명 정도의 인원이 이곳, 혜화동을 방문하였으나, 이후 재한 필리핀인 거주 구역이 넓어지고 노동 환경이 다양해지면서 현재는 약 800~900명 정도의 인원이 이곳을 찾고 있다.
고향을 떠나 한국에 거주하는 필리핀 인들이 주말마다 서로의 정보도 교환하고, 미사도 참가하는 이 곳 혜화동에 필리핀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필리핀 마켓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리틀 마닐라'
필리핀의 국가 GDP중 10%는 해외에서 송금하는 해외노동자들이 보내는 외화에서 충당된다. 그 정도로 세계 각국에는 필리핀 사람들이 많이 거주하며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 미국 등지의 '코리아 타운'처럼, 필리핀 사람들도 세계 각지에 '리틀 마닐라'를 만들어, 그들만의 문화를 지키고 다양한 정보와 도움을 주고받는 장소로 삼고 있다.
혜화동 필리핀 마켓은 '리틀 마닐라'라고 하기엔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많지만, 그래도 한국에서 유일하게 적지 않은 수의 필리핀인들이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지는 장소이기 때문에 누군가는 이곳을 서울의 리틀 마닐라라고 칭하는 사람들도 있다.
혜화동 필리핀 시장의 풍경
천주교 미사가 열리는 매 일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정도까지 운영되는 필리핀 마켓은 4호선 혜화역 1번 출구, 혹은 한성대역 4번 출구에서도 쉽게 올 수 있다. 과거에는 동성 중고등학교 정문에서 부터 혜화동 성당까지 100미터가 넘는 필리핀 마켓 노점이 펼쳐져 있었지만, 요즘은 여러 가지 단속과 규제, 또, 혜화동 성당을 찾는 필리핀 사람들의 인원 감소로 예전같이 아주 활성화되어 있지는 않다고 한다.
오래전에는 필리핀 여성과 결혼한 한국인 남편들이 물건을 파는 경우도 있었지만, 지금은 필리핀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 상점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혜화동 시장은 마치 어느 필리핀 시장을 축소 시켜놓은 것과 같은 모습이다. 망고나 사바 바나나와 같은 필리핀 과일은 물론이고 다양한 필리핀 공산품과 필리핀의 각종 먹거리를 구입할 수 있다. 구입은 물론, 한쪽에서 먹어볼 수도 있게 테이블도 마련되어 있다. 특히, 산미구엘 맥주 뿐 아니라 필리핀의 각종 로컬 주류, 엠페라도나 탄두아이도 마셔볼 수 있어, 필리핀 여행갔던 추억을 새록새록 되새기게 만든다.
또, 필리핀에서 볼 수 있는 우카이 우카이 가게도 한켠에 조그마하게 마련되어 있다. 우카이 우카이는 일종의 동묘 구제 시장을 축소시켜 놓을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또, 필리핀의 영화나 티비 프로그램을 녹화해 놓은 시디도 판매하고 있어 필리핀을 떠나 그리움이 가득한 필리핀 사람들에게 큰 위로가 되고 있기도 하다.
한국에서 살고 있는 필리핀 사람들이라 그런지, 간단한 영어, 또는 한국어를 사용하여 전혀 어려움 없이 물건을 구입하고 상인과 대화해 볼 수 있다.
한국에 사는 필리핀인 뿐 아니라 필리핀에 유학하거나 여행했던 한국인들이 추억을 되살리기 위해 방문하기도 한다.
또, 필리핀 방송국이나 산다라 박 등 유명인들이 이곳에서 촬영을 하기도 하는 등 한국 내의 '리틀 마닐라'로서 필리핀의 문화를 알리고 필리핀을 한국에 소개하는 민간 사절단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불법과 합법 사이
언제나 혜화동 필리핀 거리가 모든 사람의 환영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필리핀과 한국의 연결고리를 한다는 의미가 무색하게 사실 이곳은 불법 노점으로 운영되었었다고 한다. 일요일 하루 장사할 때만큼은 종로구청에 점포당 8만 원의 불법 자리 점거세를 내고 장사를 하곤 했다.
주변 상인들의 민원과 혜화 필리핀 마켓에서 파는 다양한 물건들 중 일부가 터무니 없는 가격을 받고 있다거나, 농수산품 검역에 위반되는 상품이 있는 등의 문제가 속출해 일각에서는 필리핀 마켓을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 한국에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된 이주 노동자들의 편의와 이들을 한국 사회에 적응시키기 위해 필요한 여러 가지 모임이나 공동체가 이 근처에 있다 보니 차라리 노점을 합법화하고 관리하자는 의견이 부정적인 의견과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해외 생활을 하는 데 있어 가장 그리운 것이 바로 고국의 음식. 그리고 고향의 사람일 것이다. 타지에서 같은 나라 사람을 만나 정보도 교류하고 왁자지껄 떠들고, 또 그런 사람들이 모이게 되면 그 나라 사람들의 장터와 다양한 공동체가 만들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 지도 모른다.
외국인들에 대한 긍정적, 부정적인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국제화 시대에 외국인과 같이 살아간다는 것, 그들과 영향을 주고 받는다는 것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 된 지 오래다.
외국인에 대해 막연히 어려워하고 힘들어 하기 보다는, 합법의 경계 안에 있는 외국인들에게는 최대한의 호의를 베풀고 그들의 문화를 받아들여 우리나라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그들을 이끄는 것이 어떨까 한다.
또, 이번 주말에 혜화동 필리핀 마켓에 방문하여 필리핀 여행에서 느꼈던 추억을 잠시나마 다시 회상해 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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