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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생활

한국의 에스크로, 필리핀의 신용거래

by 필리핀누리 2023. 5. 19.

블랙핑크가 선전하는 쇼피

 

물건 구입 시의 지불 결제 방식

 

온라인 거래. 한국에서는 일상화되고 보편화된 방식이다. 특히 과거 옥션을 선두로 하는 온라인 상거래

플랫폼을 기준으로 간편하게 온라인에서 구입하고, 집까지 배송해 주는 방식은 한국의 상거래 판도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흐름에서 생겨난 것이 바로 온라인 상거래 플랫폼.

과거의 옥션과 같은 상거래 사이트는 현재는 안다루는 물건이 없을 정도로 전방위적인 상품을 팔고 있으며,

유형의 상품 뿐만 아니라, 인적 서비스, 여행 상품과 같은 무형의 서비스도 자연스럽게 파는 시대가 

되었다. 

 

오프라인 매장들의 경우, 온라인 판매가 활성화 되면서 부터 처음에는 경계를 하기 시작하여,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물건 품질이 다르다, 혹은 물품의 향후 서비스에 대한 부분이 차이 나기 때문에 오프라인 구입

이야말로 믿을 수 있고, 확실하다 등의 선전으로 판매량을 유지하려고 했으나, 인터넷 세계의 확장과 

더불어, 예전보다 더욱 활성화되기 시작한 다양한 인터넷 판매 방식, 신규 판매자의 유입 등, 온라인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방식은 이제 한국인에게 있어 생활의 일부가 된 듯 하다. 오프라인 판매자들도 이런

흐름에 발맞추어, 유동인구가 보장되는 상권에서는 오프라인 매장을 유지하면서, 온라인 판매도 겸하는

판매전략이 일반적인 흐름이 된지 오래다. 

 

온라인 판매에는 여러가지 문제가 있는데,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고 현장에서 비용을 지불하는 오프라인 

판매 방식에 비해, 온라인 판매는 물건구입 시의 결제대금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발생한다. 초창기 온라인 거래시 신용카드 등을 이용하여 결제를 하다가, 결제가 잘못 처리되어 구입가와

다른 금액이 결제되거나, 인터넷 상의 기술적인 문제로 인해 결제대금이 중간에서 사라지거나 두배로 

결제되거나, 결제되지 않는 등의 문제가 많이 생기곤 했다.

 

또, 문제가 되는 점은 판매자와 구매자와의 신용관계가 100%유지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직접 눈으로 보고

물건을 고르는 것이 아니다 보니, 판매자의 경우 가장 잘 나온 사진을 인터넷에 올려 홍보하게 되고, 또, 

구매자의 경우에도 어느정도 퀄리티나 품질은 보장되겠지라는 생각으로 물건을 구매하게 된다. 이런 상황

에서 물건의 품질이 100%보장되지 않고, 판매, 구매자가 생각했던 물건의 품질이 일치하지 않아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또, 판매, 구매자가 실제 의사가 있는 것이 아닌, 악한 의도로 물건만 받고 잠적하거나

안 좋은 물건을 보내고 환불을 거부하는 사례가 생길 수 있다. 단순변심과 같은 사례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래서 생겨난 말들이 '직거래', '보고 구매한다'라는 부분들. 그러나 해외에서 물건을 받는 경우라던지, 

거리나 시간적인 제약으로 확실히 물건을 확인하고 구입할 수 없는 경우, 또 사후 처리 부분과 같은 문제가 

계속 생길 수 있다.

 

또한, 대금의 처리가 가장 문제가 된다. 판매자나 구매자 모두가 일정 시간과 비용을 소모하여 물건의 

상거래 행위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거래 시에 어떻게 하면 정확하게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은

인터넷 온라인 상거래 역사의 초기부터 있던 것이다. 

 

한국의 에스크로

 

그렇게 하여 발생한 것이 바로 에스크로라는 서비스. 손님들이 물건을 구매할 경우, 판매자와 구매자의 중간에 

위치한 인터넷 온라인 중계 플랫폼이 확실한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한 중계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물건 구입시 대금에 해당되는 부분을 중계 사이트에 보내고, 물건 수령과 물건확인이 마무리되면 물건을 받았다는 

승인을 중계 사이트에 보내게 된다. 중계 사이트는 구매자의 최종 확인을 보고, 판매자에게 일정 수수료를 제하고

물건 대금을 송금하게 된다. 이런 방식은 현재로서는 거의 대부분의 판매 사이트에서 보편화되어, 구매자를 

보호하고 판매자에게도 물건 판매의 확신을 갖게 하는 방식으로 가장 많이 이용되고 있는 전자 상거래 방식이다.

 

이 에스크로 서비스에도 단점은 있는데, 판매자보다는 구매자 쪽으로 무게가 기울어져 있다는 것. 즉 구매자가 

마음먹고, 물건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거나 물건을 보냈는데도 받지 않았다고 우기는 경우 등의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 고객 우선주의 원칙에 따라 판매자의 의견에 더 무게가 실리기 때문에 이런 부분때문에라도

구매자는 판매자가 최종승인을 하기까지의 물건 대금 수령 지연과 더불어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이 에스크로 서비스가 가장 활성화될 수 있었던 것은 전 국민 신원의 확실한 전산화와 함께,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구매자가 법적인 부분에 대한 구제를(물론 100%는 아니겠지만) 받을 수 있다는 것에 있다. 

 

필리핀의 경우는 어떨까?

 

필자가 처음 필리핀에 왔던 2003년도에는, 인터넷 상거래 시스템이라는 것 자체를 접할 기회가 없었다고 회상된다.

한국이 당시 인터넷 상거래가 활발해지기 시작해 이제 다양한 물건을 인터넷으로 구입할 수 있게 되어,

당시 옥션에서 산 노트북을 가지고 처음 필리핀 땅을 밟았던 기억 시 새록새록하다. 

 

 

이후에도 인터넷 상거래라는 것이 있는지도 알지 못할 정도로, 인터넷 상거래라는 것은 온라인에 물건을 올려

그것을 사기 위해 직접 구매자와 판매자가 만나 거래를 하는 정도의 활동만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약 10년이 지나고 2017~8년경, 필리핀에 일대 혁명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바로, 쇼피와 라자다가 그것.

사실 온라인 상거래에 대한 플랫폼 시도가 없었던 것이 아니다. 미국을 필두로 해서 한국, 일본 등 다양한 투자자, 

기업가들이 온라인 상거래를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하지만, 온라인 플랫폼 구축의 문제, 자금의 부족,

필리핀 사람들의 인식 변화 등의 다양한 문제에 막혀 온라인 상거래를 활성화시키는 부분은 한계를 맞게 된다. 

 

 

이후 등장한 쇼피, 라자다. 그리고 페이스북. 이 세 가지 플랫폼은 필리핀의 온라인 상거래 발전을 급격히 가속화

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독일에서 시작해 지금은 중국 알리바바와 협업하는 라자다, 그리고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있는 쇼피는 동남아 각국의 상황에 맞는 마케팅 및 물품 판매를 진행하여 지금은 필리핀에서 쇼피, 라자다

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고 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페이스북은 한국의 당근 마켓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데, 사는 지역 근처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판매자를 만나, 

직거래로 물건을 확인하고 구입하는 거래를 할 수 있는, '마켓 플레이스' 기능이 그것이다. 페이스북 자체는 

상거래 플랫폼이 아니지만, 누구나 쉽게 거래하고 쇼피나 라자다처럼 허가를 내고 물건을 팔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새로운 상거래 방식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이민호와 필리핀의 유명 여배우 캐서린 베르나르도가 라자다를 홍보하고 있다.

 

필리핀의 COD, COP

 

필리핀 사람들은 우선, 금전적으로 힘든 사람들이 한국에 비해 비율적으로 많은 편이다. 또, 은행 계좌가 없는

사람이 많고, 신용카드가 있는 사람의 비율도 적다. 또, 카드가 있어도 한도액이 작고, 판매자가 물건을 믿고

판매할 만한 담보가 부족하다. 결정적으로, 해당 구매자의 신원이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 전 국민 전산화가

확실히 되어 있는 극동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구매자들의 신원파악 부족으로 물건을 판매 시에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무척 많다. 판매자로서는 도저히 그냥 물건을 보내기가 힘든 지경이다.

 

이런 상황 때문에 생긴 것이 바로 COD, COP라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제도는 판매자를 보호함과 

동시에 구매자에게 확실한 물건 구매의 동기를 심어주게 한다. 신용거래가 힘든 필리핀에서 이 두 거래는 

'현금'을 기반으로 한 확실한 물품 거래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COD는 캐시 온 딜러 버리의 약자로 물건을 직접 집까지 배송해 준다. 이 과정에서 배달원은 구매자의 신원을

확인할 아이디를 촬영하고, 물건 대금을 현장에서 징수하여 해당 배달 사무실까지 가지고 온다. 이 금액은

한건 한건당 정산하여 쇼피로 보내지게 된다.

 

COP는 캐시 온 픽업의 약자로, LBC와 같은 택배 업체에서 이뤄지는 방식이다. 손님이 해당 지점으로 물건을

받으러 가서 직접 돈을 지불하고 물건을 카운터에서 건네받는다.  

 

이때, 판매자에 대한 신원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 돈을 지불하기 전에는 박스를 열어 물건을 확인할 수 없게끔

되어 있다. 이런 점을 악용하여 사기가 일어나기도 하므로, 구매자 입장에서는 신원이 확실한 판매자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또, 배송비를 구매자가 부담하게 되므로(판매자와 일정 부분 나눠서 부담하는 경우도 있음),

오프라인과 비교해서 물건값이 터무니없이 싼 편은 아니다.

 


 

이런 물건 판매 방식은 필리핀에서는 판매자를 더 보호하기 위한 방식이라고 할 수 있으며, 신원이 확실하지 

않은 구매자가 많을 수밖에 없는 동남아시아의 현실에 특화된 판매 방법이라고 말할 수 있다. 향후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가 발전하여 한국과 같은 신용체계가 구축되기 전까지는 이런 판매 방식은 가장 일반화된 방식으로

필리핀 국민들에게 받아들여질 것이며, 온라인 시장은 앞으로도 계속 커질 것이란 점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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