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의 중국식당 차우킹
필리핀에서 살다 보면, 아니 여행이라도 할라치면 항상 느끼는 것 하나. 필리핀은 외국의 영향을 정말
많이 받은 나라구나! 라는 것. 옷, 음식, 주거문화에 이르기까지 하나하나 외국에서 그대로 영향받지
않은 것이 없다고 할 정도로 많은 부분에서 미국, 스페인, 중국 등의 색채를 진하게 느낄 수 있다.
특히 음식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똑같은 스페인 식민 지배를 받았지만,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좀 더
쉽게 접근가능했던 멕시코나 중남미의 그것이 스페인을 비롯한 서반아 권의 영향아래 있었다고 한다면,
필리핀의 다양한 음식 문화는 아무래도 중국의 영향을 더 쉽게 받았다고 할 수도 있다. 빵이나 스페인식
요리를 제외한다면, 면, 수프, 만두 등의 다양한 중국 음식이 필리핀에 그대로 흡수되어 필리핀식의
식사 문화를 만들어 내게 되었다. 가장 유명한 음식으로 중국의 만두를 본떠 만든 시오마이, 한국 호빵과도
같은 맛의 시오파오, 그리고 말아서 만든 춘권인 룸피아가 바로 그것이다.
중국남부 특히 복건성, 광둥성, 하이난 성 등지에서 건너온 화교들은 산동성에서 한국으로 건너온 화교들처럼
그들만의 식문화를 필리핀 문화에 전파시켰는데, 지금도 필리핀 거리 어디나 중국풍이 물씬 풍기는 각종
음식점들을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필리핀의 음식문화는 중국 화교의 이주 역사와 함께한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필리핀의 대표적인 프랜차이즈라고 한다면 졸리비가 있다. 한국의 롯데리아와 같다고 할 정도로, 또, 각종
경영학 수업에서 토종 기업의 대표 사례로 맥도널드에 지지 않은 기업으로도 꼽히는 졸리비. 그런데 이 졸리비의
대항마라고 할 정도로 잘 나가던 중국식당 프랜차이즈가 있었다. 그것이 바로 차우킹.
가장 필리핀에서 대중화된 중국식인 면, 만두, 튀김을 다양한 메뉴로 구성하여, 필리핀의 전통 디저트인 할로할로
를 추가하는 등의 상품구성으로 수많은 필리핀 사람들의 식사를 책임졌던 차우킹. 졸리비와 다년간의
경쟁 끝에 결국 졸리비의 투자를 받아 졸리비의 자회사 중 한 곳이 되었지만, 필리핀의 또 다른 프랜차이즈인
망이나살, 그리고 안덕스와 함께 필리핀을 대표하는 음식점 중 한곳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가장
유명한 중국식 식당이라고 할 수 있다.
차우킹의 역사
로버트 쿠완 이라는 중국계 필리핀인이 마닐라의 산타크루즈 지역에 위치한 중국 식당에서 몇 년간의 경험을
쌓은 후 1985년 자신의 노하우를 살려 처음 만들게 된 것이 바로 차우킹이다. 차별화된 메뉴와 어느 지점에서도
동일하게 쉽게 만들 수 있는 유통망을 구축한 차우킹은 1989년 이미 마닐라를 넘어 지방에까지 지점을 내기에
이른다. 90년말 까지 졸리비와 세부 분야는 다르지만, 프랜차이즈 업체로서 경쟁했던 차우킹은 2000년 졸리비의
전액 투자 제안을 받아들여 졸리비 코퍼레이션의 일부가 된다.
졸리비와의 합작 투자건과는 별개로 차우킹은 외국 진출에도 적극적이었는데, 1995년 미국에 해외 진출 1호점을
만든 것을 시작으로, 1998년 인도네시아, 2004년 아랍에미리트 등 매장 확대를 거쳐 2008년에는 전 세계에
400개 이상의 매장을 연 기록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해외에서도 사랑받는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이 점은
아무래도 중국음식이 가지고 있는 확장성과 차우킹 특유의 유통 시스템이 잘 작동하여 만들어진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차우킹 추천 메뉴
차우킹에 처음 들어가면 여느 필리핀 프랜차이즈 음식점과 같이 수많은 음식메뉴가 있는 것에 당황하게
된다. 처음 보는 메뉴도 많고 뭘 먹어야 될지 모르겠다면, 라우리 메뉴를 시켜 먹으면 된다. 필리핀식 국수인
판싯과 스위트 앤 사워 포크(한국의 탕수육과 비슷한 맛), 과자가 같이 나오는 종합 메뉴로 한 끼 식사로도
괜찮고, 한국인의 입맛에도 잘 맞는다.
사실 차우킹의 거의 전 메뉴가 중국음식을 필리핀 식으로 어레인지 한 것이기 때문에 적당히 달고, 쫄깃한 맛을
내는 메뉴가 대부분이다. 볶음밥인 차오판을 비롯하여 국수인 와톤마미, 그리고 생선, 돼지고기 스위트 앤 사워 포크
와 빵인 시오파오 등의 메뉴로 구성된다. 여기에 디저트인 할로할로와 차우킹 스타일의 약간 누릇하면서 바삭한
치킨 튀김등을 먹어볼 수 있다. 어떤 한 가지 메뉴를 추천한다기보다는 메뉴판을 보고 어떤 메뉴를 골라 먹어도
한국사람에게는 괜찮다는 느낌을 준다.
저렴하게 먹고 싶다면 차오판에 여러 가지 메뉴를 추가하여 먹어도 되고, 여기에 국수와 할로할로를 추가해 먹어도
한국돈으로 5천 원이 되지 않기 때문에 필리핀 여행을 간다면 언제든 부담 없이 먹어볼 수 있다.
단, 중국 스타일로 만들어서 좀 기름진 감이 없지 않다.
필리핀식 중국 음식점 차우킹은, 이름은 중국식이지만, 필리핀식으로 여러 가지 맛이 어레인지 된 사실상 필리핀 음식점
이라고 보는 것이 맞는 것 같다. 하지만, 향신료나 한국인이 먹지 않는 향채 등이 들어가지 않는 필리핀 음식 특성상
남녀노소 누가 먹어도 맛있게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며, 한국인에게도 익숙한 프라이드치킨, 면, 수프 등이
많이 들어가 있다 보니, 거부감 없이 식사를 할 수 있다. 필리핀 여행을 오면 꼭 추천하는 필리핀식 중국 식당 차우킹,
잊지 말고 가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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